민주당과 얼굴 붉힐 일 많아진 정의당…'필리버스터 저지'도 안돕는다
민주당과 얼굴 붉힐 일 많아진 정의당…'필리버스터 저지'도 안돕는다
  • 정하늬 기자
  • 승인 2020.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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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장혜영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0.1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의석수 6석의 비교섭단체. 정의당이 딛고 선 자리다.

거대 양당의 척박한 정치지형에서 뿌리내린 20여년 역사의 진보정당이지만, 거대 양당간 공유하는 상임위 의사일정조차 제때 통보받지 못하는 처지다. 3석의 열린민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한몸'처럼 움직이는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운신의 폭은 크지 않다.

여도 야도 아닌 위태로운 지대에 서 개혁을 외쳐온 정의당이 21대 첫 정기국회에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른바 '민주당 2중대'를 벗어나겠다 선언한 정의당의 작심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정의당이 기로에 섰다.

정의당은 9일 저녁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시작한 국민의힘처럼 필리버스터를 통한 의견 개진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찬성 필리버스터를 통해서라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따져 물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필리버스터도 우선 신청하기로 했고, 의원들 의견을 더 들어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최종 결정할 경우를 대비해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장혜영 의원으로 신청해둔 상태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종결시키는 표결이 이뤄질 경우 정의당이 민주당 뜻대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도 밝혔다. 김 대표는 "필리버스터는 소수 정당의 권리이기 때문에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막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종료 투표 요건은 재적의원 5분의3이다. 국민의힘이 9일 본회의에 이어 10일부터 시작하는 임시국회에서 필리버스터를 계속하더라도 범여권이 합심하면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 표결로 이를 종결시킬 수 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정의당의 표 없이도 가능하다.

민주당 173석(정정순 제외), 열린민주당(3석), 민주당 출신 무소속 김홍걸·양정숙·이상직 의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까지 모두 본회의에 출석하면 181표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0.1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한때 '동지인 듯' 했던 정의당과 민주당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골로 접어든 것은 노골적인 정의당 배제 때문이다. 정기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정의당의 자존심은 크게 상처났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전날(8일) 정무위에서 민주당에게 소위 '뒤통수'를 맞았다.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에서 합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전속고발권 폐지 정부 원안을 뒤집고 전체회의에서 전속고발권 유지로 강행처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나서서 "민주당이 정의당에 사기를 쳤다"고 격분할 정도였다.

같은 날 환경노동위원회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자정을 넘긴 새벽 1시 44분에 단독으로 전체회의를 열었다. 본청에서 농성 중이던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전체회의가 열리는 시간조차 공지받지 못해 농성장에 있던 노란 패딩 차림으로 헐레벌떡 회의장에 뛰어들어왔다.

숨을 몰아쉬며 강 원내대표는 "지금 회의 시간이 공지도 되지 않았고 새벽 2시가 다 돼서 회의를 하고 있다"며 "논의된 수정안도 지금에서야 받았는데 이렇게 논의하는게 적절하다고 보느냐. 자정 이후에 이게..."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강 원내대표가 항의를 이어가자 송옥주 환노위원장은 "의사진행발언을 더이상 듣지않겠다"고 일축, 근로기준법과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관련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을 새벽 2시40분 강행 처리했다.

이처럼 민주당의 완력에 무력화된 정의당은 이날 오전 김태년 원내대표를 항의방문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와 장혜영 의원은 김 원내대표를 약 30분 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로서 그 문제와 관련해 사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사기'의 당사자인 배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여당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인지, 청와대 특별지시가 있어 입장을 선회한 것인지 정확히 해명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최소한의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전선은 민주당 초선인 김남국 의원과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간 펼쳐졌다.

김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정의당 중점 법안을 인질 삼아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정의당이 제기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자신을 '피해자'라고 규정하며 "피해자의 사과 요구를 '갑질 폭력'으로 매도하다니, 정의당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망가진지 모르겠다"고 정의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은 정의당이 조치를 하지 않으면 낙태죄 폐지는 물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정의당이 하는 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했다고 한다"며 "집권여당 국회의원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명백한 갑질이자 협박으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폭력"이라고도 비판했다.

당사자인 조 대변인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다"라면서 "혹시 나로인해 우리 정당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과 30대 여성 정치인이기에 갖는 무서움이었다"고 썼다. 그는 이어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번 일은 국회의원의 부당한 갑질이자, 제 노동권의 문제"라며 "90년생 여성으로서 수많은 남성들을 만나며 정치활동을 이어갔지만 이처럼 부당하고 폭력적인 일은 겪은 바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오늘 의원들끼리 모여 회의를 했는데 전날 민주당에 당한 울분을 토하느라 다른 얘기는 논의하지도 못했다"며 "이젠 한이 서릴 정도로 소수정당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다"고 토로했다.

 

 


jhn20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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