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아이들에게 꿈을 물었을 때 "소방관이 될래요" "우주선 기술자가 될래요" 하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은 국가는 미래가 있다. 반대로 가수가 될래요, 프로야구선수가 될래요, 하고 말하는 어린이가 많은 국가는 미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과 운동선수를 낮춰보는 게 아니다. 국가의 성장과 비전을 말하기 위한 비유를 들었을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이웃나라 일본이 성장을 멈추고 침체기에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 일본의 많은 어린이들 꿈은 연예인과 프로운동선수였다. 국가흥망성쇠와 관련한 상징적인 이야기다.

우리 사회에는 영웅들이 많이 살고 있다. 시뻘건 불길 속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하고, 고속도로에서 뒤집힌 차문을 부수고 운전자를 구조하기도 한다. 그들의 활약상을 접할 때마다 가슴 뭉클해진다. 여기저기서 흉흉한 소식이 들려와 귀를 더럽혀도 그들의 활약상으로 인해 아직은 살 만한 사회란 생각이 든다. 네덜란드의 한 지방, 거대한 댐에 난 구멍을 막아 마을을 구한 소년 영웅의 이야기는 사뭇 감동적이다. 이처럼 작은 영웅의 행동 하나가 마을을 구하고 위기에 빠진 국가를 구한다.

마땅히 알려지고 높이 칭송받아야 할 영웅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대표 겸 기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마을을 구한 네덜란드 소년영웅처럼 경기도 시민들과 대한민국을 구했다. 이름난 일간지가 아닌 보잘것없는, 그것도 지방 인터넷신문 기자 겸 대표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조한 것이다. 경기경제신문은 2021년 8월 31일 "이재명 대표님,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 라는 제목으로 대장동 사건을 처음 보도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매체도 범접하지 못할 특종이었다.

박종명 기자의 그 기사가 단초가 되어 단군 이래 최대 비리사건 대장동 의혹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2021년 그해에 국한돼 일어난 범행이 아니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였던 10년 전부터, 그리고 현재까지 현재진행형 사건이다. 피의자 이재명은 28일 검찰 출두를 통보받았고, 그의 최측근 정진상과 김용은 구속됐고 마침내 재판이 시작되었다.

대체역사(代替歷史)는, 지나간 사실들이 기존 사실과 다르게 전개됐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만약 "이재명 대표님, 화천대유는 누구 것입니까" 라는 보도가 없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됐을까. 피의자 이재명은 대통령이 되었을 게 자명하다. 0.73%라는 간발의 표차로 이재명 후보가 낙선한 것은 지방의 이름도 없는 인터넷신문사 기자 겸 대표의 펜이었다.

댐에 난 작은 구멍을 손으로 막아 하마터면 수몰될 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한 소년. 대장동 개발 의혹을 맨 처음 보도한 박종명 기자는 시대의 영웅들이다. 시민들은 영웅들의 미담에 감동한다. 하지만 단순히 감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 앞서 영웅들을 잘 대접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대선 후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박종명 기자가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며 추켜세우더니 선거가 끝나자 아는 체도 안 했다. 박종명 기자는 그 보도로 인해 민·형사 소송을 당했지만 도와주는 단체도 사람도 없이 홀로 싸워야 했다. 화천대유가 제기한 형사소송은 지난 3월 무혐의로 종결됐고 10억 원의 민사소송에서도 이겼다.

박종명 기자는 말한다. "대장동 사건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데다 김용과 정진상이 구속되고 이재명 당대표가 궁지에 몰리니 극렬 지지자들이 해코지할까봐 좀 걱정 됩니다. 하지만 그 부분도 내가 안고 가야 할 무거운 짐이라 생각합니다." 사회 각처에서 영웅들이 줄지어 탄생하는 나라는 우리 모두가 꿈꾸는 나라다. 국가는 영웅들을 잘 대접하고 보호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