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차세대 지구근접천체 탐사장비인 ‘네오 서베이어(NEO Surveyor)’ 우주망원경의 상상도. 적외선으로 탐지한 소행성을 붉은색 점으로 표현했다. NASA는 이 우주망원경이 2028년 배치되면 10년 내에 지구와의 충돌 위험이 높은 직경 140m 이상의 소행성과 혜성을 90% 이상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NASA
NASA의 차세대 지구근접천체 탐사장비인 ‘네오 서베이어(NEO Surveyor)’ 우주망원경의 상상도. 적외선으로 탐지한 소행성을 붉은색 점으로 표현했다. NASA는 이 우주망원경이 2028년 배치되면 10년 내에 지구와의 충돌 위험이 높은 직경 140m 이상의 소행성과 혜성을 90% 이상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NASA

지구방위대를 자처하는 미 항공우주국(NASA)이 인류의 문명을 지켜낼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소행성 사냥꾼’으로 불리는 소행성 탐색 전용 우주망원경 ‘네오 서베이어(NEO Surveyor)’가 그것이다. NASA는 이를 통해 우주의 칠흑 같은 어둠이나 강력한 태양 빛 속에 모습을 숨긴 채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킬러 소행성과 혜성을 모조리 찾아내고자 한다.

NASA는 최근 미래 행성방어전략의 새로운 한축을 담당할 네오 서베이어 우주망원경의 기술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예산과 일정을 공식 승인하고 애리조나대학과 함께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12억달러(약 1조5300억원)며 2028년 6월까지 네오 서베이어의 개발을 마치고 지구에서 160만㎞ 떨어진 제1라그랑주점(L1)에 배치해 12년간 운용할 예정이다.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상쇄돼 중력 영향을 받지 않는 우주관측의 최적지로 L1부터 L5까지 5개가 존재한다.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는 우주망원경을 활용해 지구 궤도에 4800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구근접물체(NEO) 중 직경 140m가 넘는 소행성과 혜성을 90% 이상 발견하는 것이다. NASA는 지구와 충돌시 대도시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는 직경 140m급 NEO부터 ‘잠재적 위험 물체(PHO)’로 분류해 특별관리하고 있는데 우주공간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2만6000여개 가운데 지금껏 1만346개만이 발견됐다.

임무 책임자인 애리조나대 에이미 마인츠 교수는 "아직 1만6000여개의 PHO가 우리의 눈을 피해 지구를 노리고 있다"며 "발견률 90%는 미 의회가 지난 2005년 법으로 NASA에 요구한 사항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NASA는 현 기술로는 30년 넘게 걸릴 이 목표가 네오 서베이어에 의해 10년 이내로 단축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지상망원경들이 큰 반사경으로 극소량의 가시광선을 확대해 NEO를 찾았다면 네오 서베이어는 열에 민감한 ‘적외선 눈’을 이용하는 덕분이다.

실제 이 우주망원경에는 4~10미크론(㎛) 대역의 적외선 센서가 단일장비로 탑재된다. NEO 관측에 있어 가시광선과 적외선의 능력 차이는 극명하다. 전자는 가시광(햇빛) 반사도가 높을수록 관측이 쉬워 크기가 작은 NEO, 빛을 흡수해 어두운 NEO, 태양의 강한 빛 뒤에 숨은 NEO의 발견에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반면 후자는 햇빛에 가열된 천체가 내뿜는 적외선 열 신호로 존재 여부를 판별하기 때문에 크기나 빛 반사도, 빛 가림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네오 서베이어의 구경이 50㎝에 불과함에도 수십m급 반사경을 가진 지상망원경보다 빠르고 정확한 탐색이 가능한 이유다.

물론 네오 서베이어가 NEO 탐지에 투입된 첫 적외선 우주망원경은 아니다. 2009년 발사된 천체관측용 적외선 우주망원경 ‘와이즈(WISE)’가 2013년부터 용도를 바꿔 지구저궤도에서 NEO 관측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설계가 NEO에 최적화돼 있지 않고 구경(40㎝)과 관측 파장도 좁아 9년간 NEO 333개, 혜성 34개를 새로 찾는 것에 그쳤다.

린들리 존슨 NASA 행성 방위 책임자는 "앞으로도 지상망원경이 우주 관찰의 필수 도구로 남겠지만 네오 서베이어는 지구 근접 소행성과 혜성을 찾는 NASA의 역량을 크게 키워줄 것"이라며 "하루 1개꼴이었던 PHO 발견 속도가 3배는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특히 마인츠 교수는 네오 서베이어가 지난 9월 첫 실험에 성공한 NASA 소행성 궤도수정 미션의 단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행성방어전략이 실행되려면 지구와 충돌이 확실시되는 PHO의 존재를 한시라도 빨리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마인츠 교수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구성원이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지구를 지킬 방법을 개발 중"이라면서 "네오 서베이어는 이를 위한 PHO 발견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지난 6일 NASA가 NEO의 지구 충돌 여부를 자동 계산해주는 ‘센트리-Ⅱ(Sentry-II)’ 시스템의 가동을 개시한 것도 네오 서베이어의 가치를 높여주는 요인"이라며 "네오 서베이어가 PHO를 찾으면 센트리-Ⅱ가 1시간 안에 100년간의 충돌 확률을 정확히 알려주기 때문에 행성방어전략의 무결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시광선 망원경(위쪽)과 적외선 망원경(아래쪽)은 소행성 관측 성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가시광선 망원경은 크기와 위치가 동일한 소행성이라도 빛 반사도가 높은 쪽이 더 크고 또렷하게 보이지만 적외선 망원경에서는 모두 동일한 선명도로 관측된다./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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