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K옥션 비판 성명..."경매 너무 자주 열어 이윤 독식"

2015년 1월 28일 서울옥션 강남점에서 열린 미술품 경매. 한 참여자가 응찰표를 들어올리고 있다. /월간중앙

"경매 회사들의 무분별한 운영으로 1차·2차 미술 시장 간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3일, 한국화랑협회가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서울옥션·K옥션)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다. "2007년 경매 횟수 및 작가 직거래 금지를 규정한 신사 협약을 어겨 1차 시장(화랑)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술시장의 급격한 과열 속에 협회와 경매회사 측이 ‘메이저 경매는 연 4회로 제한’ 등의 합의를 도출했으나 유명무실화됐다는 주장이다. 국내 시장의 평균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 회사의 경매가 작은 것만도 각각 연 80회 열리고 있다.

한국화랑협회는 회원사 150여 곳을 아우른 전국 단위 유일의 화랑 연합체다. 경매회사를 적시해 성명서를 배포하긴 처음이다. 화랑과 경매회사라는 두 시스템의 충돌, 미술 시장의 이면을 보여준다. 경매회사들이 경매를 너무 자주 열어 이윤을 독식, 작가들에게 직접 경매에 작품을 출품토록 하는 ‘직거래’를 유도함으로써 화랑의 고유 영역을 침범해왔다는 것이다. "경매회사에 협조공문을 보내고 면담도 했지만 전혀 시정되지 않았다." 화랑협회 측 주장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3일 발표한 ‘2021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경매 낙찰 총액은 3242억원으로 역대 최대. 2021년 한해 경매가 총 255건, 전년(195건)보다 30% 이상 늘었다. 서울옥션·K옥션이 전체 시장의 91%를 차지했다. 화랑협회 측은 "작년 하반기 협회 조사에서 회원 화랑 70%가 경매회사로 인한 피해를 경험하거나 들은 바 있다고 답했다"며, 지나친 가격 유동성으로 인한 투기 조장과 주요 작가 외 다수 작가들의 평가절하 등 문제점도 지적했다.

"시장을 떠나는 고객들, 극단적인 자본주의 논리에 도태되는 작가들 등 경매회사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단체 행동에 나선 이유를 협회 측은 이렇게 밝혔다. 낙찰·응찰 수수료 없이, 작가의 과년작으로만 이뤄지는 새 미술품 경매를 조직해 26일 개최할 예정이다.

2007년 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 ‘빨래터’. 37X72cm(20호)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로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있다. 세계 미술시장의 70%를 좌우하는 회사들이다. 해외 시장의 최고 인기는 인상파 화가들, 국내에선 박수근·이중섭 작품이 가장 비싸다. 우리나라의 본격적 미술품 경매 역사는 불과 10여 년. 미술 시장의 활성화는 1997년 외환 위기 이후다. 1970~1980년대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던 기업들이 경영 위기로 소장품들을 많이 내놨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경매회사들이 미술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미술품 경매 시장은 2차 시장이기에 화가 본인의 이익과 무관하다.

컬렉터(수집·소장가)는 미술 시장 발전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문화유산을 지키기도 한다. 간송(澗松 )전형필(全瑩弼)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술품 수집 뿐만 아니라 해외로 유출되는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사재를 쏟아 붓고 관련 학술 연구를 지원한 인물이다. 그 안목과 노고가 간송미술관에 녹아 있다. 외국의 컬렉터로는 페기 구겐하임이 유명하다. 당시 생소했던 현대미술가들을 전폭 지원했다. 그녀의 후원을 받은 샤갈·피카소·칸딘스키·잭슨 폴록·마크 로스코 등은 훗날 현대미술의 거장이 됐다.

투자·투기가 된 미술 시장에 씁쓸함을 느끼는 시대다. 안목을 먼저 키우고 미술품을 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도 국격이다. 발품을 들여 마음에 드는 저가 미술품을 먼저 구입해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저가 미술품이라도, 직접 본 후에 결정하는 게 필수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