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세 때 지나친 비디오 게임과 온라인 영상 시청이 강박장애(OCD)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9~10세 때 지나친 비디오 게임과 온라인 영상 시청이 강박장애(OCD)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요즘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대신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PC로 게임을 즐기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이런 행태가 청소년기에 강박장애(OCD)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박장애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심리 질환이다. 가스사고가 날 것 같은 두려움에 밸브를 수시로 확인한다거나 칼각을 맞춰 냉장고 속 물건을 나열하는 행위, 틈만 나면 집을 쓸고 닦는 지나친 청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의 소아과 전문의 제이슨 나가타 교수팀은 최근 9~10세 때의 과도한 비디오 게임과 비디오 시청이 강박관념을 일으키거나 강박충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 청소년건강·의학협회의 학술지 ‘청소년 건강 저널’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어린이의 스크린 타임(screen time), 즉 전자기기의 화면을 응시하는 시간과 강박장애의 잠재적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를 위해 나가타 교수팀은 강박장애가 발현되기 쉬운 연령대인 9~10세의 어린이 9204명을 대상으로 2년간 코호트 연구를 실시했다.

아이들의 부모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 아이들의 하루 평균 온라인 스크린 타임은 3.9시간이었는데 2년 뒤 이들 중 4.4%에게 강박장애가 발견됐다. 특히 매일 비디오게임을 1시간 더 할수록, 온라인 비디오 시청시간이 1시간 많을수록 각각 15%, 11%의 강박장애 발생률이 높아졌다.

나가타 교수는 "많은 시간을 비디오 게임에 소비한 아이일수록 게임시간을 늘리려는 욕구가 강했고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멈추기 어려워했다"며 "비디오 시청 또한 개인 취향에 맞는 영상을 선별해 보여주는 알고리즘 때문에 시청시간이 늘어나는 경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TV 시청, 휴대폰 문자, SNS의 경우 강박장애 위험과 유의미한 관계성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특히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만으로 과도한 비디오 게임·시청이 강박장애를 일으켰다고 확정 지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박장애 소지가 있는 아이들이 온라인 비디오나 비디오 게임에 상대적으로 쉽게 중독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선후를 단정키 어려운 문제다.

이에 연구팀은 ‘양방향 관계성(bi-directional relationship)’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어떤 일에 몰두하는 성격의 아이들이 어쩌다 비디오 게임에 빠져들면서 강박 심리가 악화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가타 교수는 "부모들은 스크린 타임을 늘려 얻을 수 있는 사회화와 교육적 이점에 더해 정신건강에 미칠 잠재적 위험도 인식해야 한다"면서 "적당한 이용시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 몬트피오르 메디컬센터의 에릭 홀랜더 박사도 "아이들은 한 가지 일을 반복하는 것보다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번 연구는 자녀의 스크린타임이 지나칠 때 강박장애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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