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추가연장근로 제한 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추가연장근로 제한 철폐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말로 종료되는 일몰 예정 법안의 연장 논의에 나섰지만 현격한 입장 차이로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주(週)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을 연장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안,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을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들 일몰 연장 법안을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무산될 경우 내년부터는 사라지게 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심사에 나섰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주 52시간에 더해 8시간의 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8년 7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전격 도입하면서 직원 수 30명 미만의 사업장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2월 31일이 지나면 일몰제에 따라 자동 폐지된다. 내년부터 추가 연장 근로는 불법이 되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종료될 경우 인력 공백과 경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 추가 연장 근로의 길이 막히게 되면 영세 사업장은 수주량이 쌓이거나 일시적으로 주문량이 몰리면 납기를 맞추기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 영세 사업장은 대부분 원청기업과 하도급 관계인 경우가 많아 일감이 일률적이지 않다. 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 소상공인들은 추가 구인을 위한 임금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다만 거부 입장을 밝히던 더불어민주당이 "30인 미만 사업장 중에 열악한 한계기업이 많다"고 밝히면서 여야 합의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문제는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만 다룰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노란봉투법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현재 여당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며 노란봉투법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을 연장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는 분위기다. 현행법상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총 20%를 국고에서 지원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개정된 국민건강보호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정부는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일반회계, 6%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일몰의 5년 연장, 더불어민주당은 국고 지원의 영구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 존속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어 협상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여야 간 최대 쟁점은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2025년까지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다. 화물차 안전운임제는 시멘트, 레미콘, 컨테이너 등의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이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다. 화물운송업계의 최저임금제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법안을 단독 의결한 후 법제사법위원회로 공을 넘긴 상태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여당이 맡고 있어 여야 합의가 없으면 처리가 불가능한 구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몰 법안들에 관해 양당 의견이 거의 나와 있고,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28일 본회의에서 통과가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역(逆)으로 일괄 합의 처리 밖에 대안이 없음을 의미한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협조를 얻어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의 일몰 기간을 늘리고,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으로부터 화물차 안전운임제 연장을 얻어내는 ‘주고 받기’가 나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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