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문재인 정부 시절 소득·고용·집값 통계가 고의로 왜곡됐다는 의혹은 간단치 않다. 흔한 말로 국기 문란 그 이상이다. 당시 홍장표 전 경제수석의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 개입됐는지 여부를 감사원 조사하는 것도 그 맥락이다. 만일 그게 확인된다면 마차가 말을 끄는 식의 ‘소주성’(소득주도성장)은 ‘통주성’(통계주도성장)으로 추락하는데, 당혹스러운 게 더 있다.

지난주 중앙일보 보도대로 감사원 조사를 받았거나 조사 대상인 강신욱 전 통계청장과 홍 전 수석이 모두 학현학파란 점이다. 학현학파는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학자 그룹을 말한다. 그런 학파 멤버끼리의 인맥이 통계 조작에 어떤 영향을 줬다는 의심이 조사의 관건이다.

공교롭게도 1927년생 변 교수가 25일 타계했다. 변형윤 하면, 먼저 기억해야 할 게 교수직 은퇴 직후 그가 연금을 일시불로 지급받았던 점이다. 한국경제는 오래 못가고 곧 몰락한다는 학문적 소신이 그만큼 컸다. 월 지급 형태가 아니라서 만년의 생활이 쪼들렸을 것도 분명한데, 어쨌거나 지금 대한민국의 성장을 저들은 상상도 못했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의 소신은 평등·소득재분배·균형성장에 철두철미 붙들려 있던 점이다. 그게 훗날 변 교수의 제자 정운찬 전 총리를 만나 경제민주화란 태풍으로 발전했다. 지금 대한민국을 덮은 반(反)대기업, 반재벌 분위기도 그들이 제공했다.

즉 학현학파가 좌파 경제학의 뿌리다. 그런 학파 멤버들끼리 통계 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 자체란 무얼 뜻할까? 학현학파의 학문윤리의 실종, 지적 파산을 알린다. 그럼 저들은 왜 그랬을까? 저들은 평등이란 좌파적 이념에 너무 몰두했고, 문재인의 묵시적 요청 때문에 맞춤형인 소주성이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섰다. 단 저들을 손가락질하는 걸로 그칠 수 없다. 경제학계의 또 다른 그룹인 조순학파는 멀쩡했던가를 물어야 한다.

올해 초 타계한 조순 전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조순학파도 학현학파처럼 안정-균형성장에 목맸다. 그러다 보니 수출-성장주의로 컸던 한국경제를 이해 못했다. 무엇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나는 저들의 관심 밖이었고, 학현학파-조순학파 모두 끝내 반재벌 쪽에 기울었다. 좌파 경제학의 시대가 갈 것인가? 실사구시적 한국형 경제학의 등장을 우린 기다린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