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성
김학성

대한민국의 판검사는 ‘슈퍼 갑’의 지위를 지녔다. 수사 대상이 되면 다른 공무원과 달리 사표로 면책되었다. 이들에 대한 통제 필요성으로 공수처는 정당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판검사의 불법에 대해 미·독·일은 별도의 국가기관을 만들어 해결하지 않는다. 공수처는 그 자체로 법치 후진국의 모습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포함해 내로라하는 공직자가 수사 대상이지만,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의 경찰뿐이다. 일본과 같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관장하면 충분한데, 별도의 수사기관을 만들고 검찰개혁의 완성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정작 그 숙원을 이뤄 공수처를 출범시켰으나, 폐지가 답이라고 할 정도로 존폐위기에 놓였다. 인지 사건은 한 건도 없고, 고발 사주 의혹의 손준성 검사 영장은 세 차례 기각됐다. 공수처 차장은 판사 앞에서 자신을 아마추어라고 하면서 영장 발부를 읍소했다고 한다. 검찰개혁의 완성이라는 공수처가 자신의 존재의의를 스스로 부인하는 모습에, 허망하기까지 하다.

무능한 공수처가 구르는 재주를 보여준다. 수사권을 이용해 기자, 법조인, 교수 등 민간인을 마구잡이로 불법적 뒷조사를 했다. 외신기자까지 털었다. 의심이 든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뒤졌다. 무차별적인 전화 뒷조사는 사찰이자 ‘개인정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검경도 수사 필요에 따라 통신 조회를 하지만 야당만 표적 삼지는 않았다. 문 정권은 사찰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찰에 날을 세운 정권이다. 그래서 세월호 유족에 대한 통상적 동향 파악을 사찰로 몰았다. 기무사 사령관은 도 넘은 압박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늘 그렇듯 청와대는 불법사찰에 대해 침묵한다. 인권옹호를 자처하는 민변도 한마디 말이 없다. 파렴치하다.

권력을 통제하라고 했는데, 권력 통제는커녕 도리어 권력을 통제하는 언론을 사찰했고, 80명의 야당 의원을 뒷조사했다. 이러한 뒷조사는 야당 정보를 캐내어 여당 후보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명백한 공권력의 선거 개입이자, 민주주의 파괴 공작이다. 여당 의원은 한 명도 없으니, ‘야당 수사처’요, 정권의 수호처다. 검찰개혁의 상징이라는 공수처, 계륵에 불과하다. 없애자니 부끄럽고, 유지하자니 갑갑하다. 그래도 폐지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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