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천
이주천

2월 24일 푸틴의 명령에 의해 시작된 특수작전, 우크라이나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쟁의 종말은 아직 요원하다. 2022년을 마감하며 우크라이나전쟁의 최근 상황을 점검해본다.

12월, 전황이 악화되자 푸틴은 두 차례에 걸쳐 협상을 제안했다. 그러는 한편 크리스마스 전야에도 미사일로 우크라이나를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는 이중성을 보였다.

현재까지 양국간 협상은 전혀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푸틴과 젤렌스키와의 입장 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양국은 러시아가 강점한 영토에 대한 조건이 다르다. 이미 여러 전투에서 승세를 확보해 잃어버린 영토를 탈환하는 중인 우크라이나가 선뜻 협상에 응할 이유가 없다. 협상은 양측의 군사력이 교착상태 내지 균형을 이룰 때나 혹은 상호 전쟁에 지치고 전쟁물자가 바닥이 났을 때 하게 된다.

협상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전쟁의 형태를 보이며 확전의 고비에 처해 있다. 그 첨병이 되고 있는 것이 드론의 무기화다. 드론은 값도 싸고 가벼우며 목적타를 날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는 튀르키예산 드론 바이락트라로 러시아 전차부대를 공격하며 화려한 전과를 올렸다. 독이 오른 러시아는 수천 대의 이란산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전기발전소 등 산업시설을 폭격하고 인구밀집지역에 대한 대규모 살상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 영내의 후방 공군기지 등을 드론으로 기습공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은 자유진영으로 하여금 우크라이나에 신형무기를 제공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4차에 걸쳐 우크라이나에 1조 달러 이상의 군사경제원조를 실행했고 수백 대의 드론을 제공했다. 그 덕에 가을부터 우크라이나 실전 군사력은 러시아를 압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다른 한편으로 무기 강국들의 새로운 무기 실험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젤렌스키의 방미로 인해 추가적 군사원조도 확보됐다. 미국은 푸틴의 야망을 우크라이나에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불가피하게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미제 무기들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용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푸틴은 한때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했다. 그러나 서방진영의 강경대응으로 핵 사용은 어렵게 됐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푸틴으로 하여금 전쟁을 계속하도록 하는 요소는 2가지다. 첫째, 그의 자존심이다. 구소련의 영토 회복의 야망을 포기할 수 없는 푸틴은 패전을 불허(不許)하고 있다. 둘째, 세계 제2위 군사강국 러시아가 지닌 광대한 인적·물적 자산과 주변국가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외교적 힘이다. 이미 이란제 드론을 실전에 투입했고, 대신 이란에게 핵기술과 미사일, 수호이 최신 전투기 등을 공여했다. 북한은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에게 미사일과 보병로켓을 팔았고, 탄약과 총기 등 무기들을 러시아로 수출했다. 그 대신 식량과 천연가스·기름 등을 대가를 지불받았다.

푸틴의 마지막 노림수는 2월 초 역전을 노리는 동계공세다. 이미 러시아 군대 1만 명이 벨라루스 국경 내에 진입했고, 러시아-벨라루스 양군 약 9만여 명이 합동군사훈련을 마친 상태다. 과연 벨라루스의 참전 신고식을 알리는 푸틴식 벌지전투(Battle of the Bulge)가 가능할까? 벌지전투란 2차대전 딩시 서부전선에서 점점 불리해져 가던 독일군이 기상 상황을 이용해 모든 것을 걸고 감행한 회심의 반격이다. 만약 벌지전투가 감행된다면, 그 전장터는 다시 수도 키이우 방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과연 키이우 쪽에 구축된 우크라이나의 방어진지를 관통할 수 있을 것인지, 푸틴 최후의 도박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