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스포츠용품사인 ‘리닝’ 로고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
3월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스포츠용품사인 ‘리닝’ 로고 앞을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AP=연합

미국 세관당국이 북한 노동력을 이용해 생산된 중국산 수입품 압류에 나섰다. 북한의 강제노동은 인권침해일뿐 아니라 그 수익이 무기개발에 쓰인다는 게 이번 압류의 명분이다. 미·중 대립의 추가 갈등요인이 될지 주목된다.

27일(현지시간)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북한 노동력으로 제조된 중국산 제품이 미국 입국항에서 압류되고 있다. 압류 대상은 징더무역(Jingde Trading Ltd.) 르신식품(Rixin Foods. Ltd.) 저장 선라이즈 의류그룹 (Zhejiang Sunrise Garment Group Co. Ltd) 등 중국 업체 3곳이 생산한 제품들이다.

미국 내 해당 수입업체가 이 압류를 통과하려면 제품생산 과정에서 강제노동이 없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만 한다. 압류통보 후 30일 내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수입물품이 모두 압수·몰수된다. "인간 존엄의 기본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 미국에 들어오는 제품이 강제노동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란 것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CBP가 설명했다. 북한 노동력을 활용한 수익창출은 미국의 ‘제재를 통한 적성국 대응법(CAATSA)’ 위반이며, CBP가 이들 중국 업체에게 혐의를 확인한 것이다. 2017년 제정된 CAATSA는 북한 정권이 강제노동으로 외화벌이 하는 것을 막고자, 채굴·생산·제조 과정의 일부에서라도 북한 노동력이 들어 간 제품이면 미국 반입을 금한다.

"국내외에 운영되는 북한의 강제노동 제도란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해 온 동시에 중대한 인권침해다.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이런 상품을 허용할 수 없다"고 CBP가 강조했다. 지난 3월에도 CBP는 중국 스포츠의류 회사 ‘리닝’이 북한 노동력을 투입해 만든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들을 미국의 모든 입국항에서 압류했다. 리닝은 중국 올림픽 체조영웅인 리닝이 본인 이름을 따서 세운 중국 스포츠용품 회사로, 중국판 ‘나이키’로 불린다. 리닝은 지난해 3월 외국 패션브랜드들이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침해를 비판하며 이 지역 면화를 쓰지 않겠다고 밝히자, ‘신장산 면화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에 따라 서방 거래처들이 신규 주문을 넣지 않으면서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한 중국 의류 임가공업체들이 타격을 입기도 했다. 중국에서 북한노동자의 한달 급여가 2500위안(약 49만 원) 안팎으로, 중국인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업체들이 ‘기술 좋고 이탈 염려 없는 북한노동자’를 선호해왔지만, 일감이 줄어드는데 숙식을 계속 제공해야 하는 등 운영난이 가중된 것이다. 주로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지린성 등지에서 8만∼10만 명의 북한노동자들이 외화벌이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중국의 의류 임가공업체에서 일하며, 큰 업체인 경우 2000∼3000명까지 고용돼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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