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여우사냥'으로 이미 2015년부터 극비리 비밀경찰 활동
中 매체들 한국 도피 '범죄자'들 귀국시킨 '여우사냥' 성과 보도
지난해 프랑스서도 동일 사례...프랑스 정부, 중국에 강력 항의
"범죄인 인도협정 체결국서 中 불법행위, 반체제 인사 제거 목적"

중국 공안이 피지에서 ‘여우사냥’ 대상자를 붙잡아 본국으로 압송하는 모습. /연합
중국 공안이 피지에서 ‘여우사냥’ 대상자를 붙잡아 본국으로 압송하는 모습. /연합

중국이 한국 정부 몰래 자국 공안을 보내 국내에 있는 중국인들을 추적, 귀국을 강요하는 주권 침해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본지 취재로 드러났다. 중국은 이같은 행위를 저지른 뒤 자국 내에서 홍보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주권 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중국 비밀경찰서는 당초 알려진 2016년이 아니라 2015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한 정황이 밝혀졌다.

2015년 8월 9일 중국의 지역언론인 ‘봉황호망’은 "후베이성 공안이 영화·TV 프로그램 투자를 내세워 수억 위안의 사기를 저지르고 2014년 4월 한국으로 도피한 고 모 씨를 찾아내 귀국하도록 설득했고, 결국 대한항공 KE881편을 타고 2015년 8월 5일 우한으로 귀국해 자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그러면서 "이것은 후베이 공안이 2015년 ‘여우사냥’에서 얻은 중요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20년 4월 1일 산둥성 칭다오 해관(세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1790만 위안(약 32억 6000만 원) 상당의 한국 화장품을 밀수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씨를 설득해 귀국시키고 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칭다오 해관은 "오랜 시간 한국에 거주했던 장 씨는 칭다오 공안의 설득 끝에 2020년 3월 20일 귀국 후 자수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해 10월 21일 中신문망은 "헤이룽장성 따칭 공안이 한국 도주범 1명을 설득해 귀국·자수시켰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신용카드 사기 혐의자 김 모 씨는 2016년 3월 지명수배 명단에 오르자 한국으로 도주, ‘여우 사냥 2020’ 목표로 지목됐다"면서 "올해 7월 김 씨의 여동생과 연락이 닿은 공안이 그를 설득했다"고 밝혔다.

실패 사례도 있다. 2015년 8월 21일 <베이징 타임스>는 "거액의 공금을 횡령한 뒤 한국으로 도주한 리웬서우를 추적 했으나 붙잡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리웬서우는 2010년 5월 한국으로 도피했다. 같은 해 9월 지린성 인민 검찰원은 리웬서우에 대한 체포를 승인했다. 이후 지린성 공안이 한국에 와서 리웬서우에게 귀국을 종용했으나 듣지 않았다. 결국 중국은 2015년 공안부를 앞세워 한국 외교부·경찰의 협조를 얻어 그를 체포해 압송했다.

관련 내용을 조사한 소식통은 네 사람 모두 ‘여우 사냥’ 대상자였다고 설명했다. ‘여우 사냥’은 시진핑 집권 이후인 2014년 7월부터 시행한 해외 도피한 부정부패 관리의 검거·숙청이다. 공안부 경제범죄정찰조사국이 주도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성·시·현 공안들도 ‘여우 사냥’에 적극 나섰다.

소식통은 "한국서는 잘 모르지만, 중국은 오래전부터 공안을 보내 도피한 사람을 설득해 귀국시켰다는 것을 꾸준히 자랑해 왔다"며 "그 가운데는 중국 공안이나 해관(세관) 등이 한국에서 중국인을 찾아내 귀국하도록 종용했다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은 2002년 4월 11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었다. 따라서 중국에서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이 한국으로 도피했을 경우 협조를 요청하면 용의자를 체포할 수 있다. 이 조약에 따라 한국 사법당국의 협조로 용의자를 체포·압송한 사례도 많다. 그런에도 중국은 한국에 알리지 않고 국내에서 ‘치안 활동’을 벌이고, 자국 내에서 홍보까지 했다.

프랑스도 한국과 유사한 일을 겪었다. 美 비영리 매체 <프로퍼블리카>의 지난해 8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닝샤 공안과 프랑스 주재 중국대사관은 2년 동안의 설득 끝에 프랑스에 살던 중국인 정 모 씨를 2017년 3월 자진 귀국시켰다. 프랑스도 중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당국은 정 씨의 송환을 몰랐다. 프랑스 정보기관은 이 건에 대해 중국에 항의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한 나라에서도 현지 당국에 알리지 않고 중국인들을 추적·압박하는 이유가 실제로는 이들이 반공·반체제 인사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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