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걸 한글편지'. 문화재청 제공. /연합
'나신걸 한글편지'. 문화재청 제공. /연합

지금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평가되는 ‘나신걸 한글편지’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군관으로 활동한 나신걸(1461∼1524)이 아내에게 한글로 써서 보낸 편지 2장인 ‘나신걸 한글편지’를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편지는 2011년 대전 유성구에 있던 나신걸의 아내 신창맹씨의 무덤에서 나왔다. 피장자(被葬者·무덤에 묻혀 있는 사람)의 머리맡에서 여러 번 접힌 상태로 발견됐다. 편지는 저고리, 바지 등 다른 유물들과 함께 발굴됐다.

빈칸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아래, 위, 좌우에 걸쳐 빼곡히 채운 편지에는 아내를 향한 남편의 그리움, 걱정 등이 담겼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애들이랑 다 반가이(반갑게) 보고 가고자 하다가…못 보고 가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꼬" (2012년 복원한 편지 내용 중 일부 발췌)

편지 내용에는 농사일을 잘 챙기고 소소한 가정사를 살펴봐 달라는 당부, 조선 시대 무관이 입던 공식의복인 ‘철릭’ 등 필요한 물품을 보내달라는 등도 포함돼 있다.

편지를 썼을 당시 나신걸은 함경도에서 하급 군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 편지는 15세기 후반에 작성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편지 내용에는 1470∼1498년에 쓰였던 함경도의 옛 지명인 ‘영안도(永安道)’라는 말이 나온다. 나신걸이 함경도에서 군관 생활을 한 시기 역시 1490년대로 비슷하다.

이 편지는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이후 일상에서 한글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 자료로 평가된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불과 50년 안팎이 지난 시점에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에도 한글이 널리 보급됐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당시 백성들의 삶과 가정생활, 국어사 등을 연구할 때도 활용될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약 530년 전에 쓰인 것으로 여겨지는 편지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기존에는 충북대박물관이 소장한 ‘청주 출토 순천김씨 의복 및 간찰(簡札)’이 가장 오래된 한글편지로 알려졌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이 편지는 16세기에 쓰였는데, 나신걸의 편지는 이보다 시기가 앞선다.

문화재청은 "현재까지 발견된 한글 편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자료이자 상대방에 대한 호칭, 높임말 사용 등 15세기 언어생활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나신걸 한글편지' 발견 당시 모습. 문화재청 제공. /연합
'나신걸 한글편지' 발견 당시 모습. 문화재청 제공. /연합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불상과 불화 등 2건도 함께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현재 경상남도 유형문화재인 ‘창녕 관룡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일괄’은 불교 조각을 전문으로 하는 승려 9명이 1652년에 완성해 관룡사 명부전에 봉안한 불상이다.

총 17구의 불상은 당시 작업한 조각승 가운데 최고로 여겨졌던 응혜 스님이 완숙한 조각 솜씨를 펼치던 전성기에 만든 것이다. 조선 후기 명부전 존상의 구성, 독자적 양식 등을 성립하는 과정에 있어 가치가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대형 불화인 ‘서울 청룡사 비로자나불 삼신괘불도’는 18∼19세기 양식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불화는 1806년 순조와 순원왕후의 장수를 기원하며 상궁 최씨가 발원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서울·경기 지역의 불화 제작을 전담한 화승 집단의 일원이었던 승려 민관 등 5명이 작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9세기 초 서울·경기 지역에서 등장한 새로운 괘불 양식이 반영된 최초의 작품"이라며 "시대적 전환기 속에서 신·구 양식을 모두 반영해 예술적·학술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물 지정 여부는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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