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반도체특별법이 어렵게 국회를 통과했다. 반도체 산업경쟁력을 위한 이 법을 받아든 업계는 막상 실망스러운 반응이다. 용두사미가 됐기 때문이다. 핵심인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에서 이 법은 대기업 6%, 중견기업 8%를 명문화했다. 말도 안된다. 미국의 세액공제는 무려 25%이고 대만도 그렇게 상향조정하려는 판에 우리는 코끼리 비스킷 꼴이다.

중국·미국·대만이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과 비교하면, 우린 한숨부터 나온다. 겨우 이걸 하려고 그렇게 와글댔던가? 당장 5년 뒤 위기가 찾아온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여의도 국회의 총체적 난국 상황을 안다면 이만해도 다행이 아닐까? 그 법의 정식 명칭은 조세특례제한법개정안인데, 실은 그보다 더 아찔한 게 따로 있다.

삼성해체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삼성생명법이 문제다. 부실처리된 반도체특별법이 국회의 태업(怠業) 행위에 해당한다면, 삼성생명법은 재벌 해체를 노린 적극적 범죄행위라는 게 필자 판단이다. 그런데도 이 법안의 재앙적 효과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은 드물다. 현재 이 법안은 민주당 박용진 의원 발의로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에 상정된 상태다.

박용진은 이 법안이 보험사의 투명경영을 위한 신의 한 수인양 떠들지만, 그건 본인만의 주장이다. 핵심은 보험사는 총자산의 3%까지 계열사 주식을 원가로 보유할 수 있는 현행 규제를 시가(市價)로 변경하자는 제안이다. 얼핏 별것 아닌 듯 보인다. 안 그렇다. 삼성그룹 입장에선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무너지는데, 그게 문제다.

이재용 회장의 순환 지배구조가 끊기게 돼 결국 삼성전자는 주인 없는 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아니 삼성전자 국유화를 겨냥한 좌파의 노림수라는 말이 지금 국회 주변에선 광범위하게 나돈다.

이런 주장을 대놓고 하는 분이 최환열 자유시장경제포럼 대표다. 그의 경고는 가슴 철렁하다. "문재인 정권 때 수석을 지낸 경제학자 장하성은 그의 책 <한국자본주의>에서 재벌 해체야말로 경제민주화의 목표라고 말했다. 저들은 1980년대 운동권의 꿈을 잊지 않고, 차곡차곡 실행 중이다." 여전한 주사파 재벌 해체의 꿈, 참 지긋지긋하다. 그게 국회에서 국정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현실이 더욱 두렵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