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궤도선 ‘다누리’가 달 임무궤도 안착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의 우주영토는 정지궤도위성이 위치한 3만6000㎞ 상공에서 지구-달 거리인 38만5000㎞로 10배 이상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들은 미래 우주경제시대에서 우리나라를 신자원강국으로 도약시킬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
달 궤도선 ‘다누리’가 달 임무궤도 안착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의 우주영토는 정지궤도위성이 위치한 3만6000㎞ 상공에서 지구-달 거리인 38만5000㎞로 10배 이상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들은 미래 우주경제시대에서 우리나라를 신자원강국으로 도약시킬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합

"대한민국이 우주탐사 역사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지난달 28일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의 달 임무궤도 안착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7년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통해 달 정복 의지를 공개 천명한지 15년 만에 K-우주항공 기술이 비로소 지구를 벗어나 달에 닿은 것이다.

하지만 달은 우리의 종착지가 아니다. 심우주로 나아가 우주경제시대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초기지일 뿐이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다누리를 설계·개발·발사·제어·운용하면서 얻은 고도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이 같은 미래의 우주 영토전쟁에서 ‘코리아’의 존재감을 발산할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항우연에 따르면 다누리는 현재 근월점 104.1㎞, 원월점 119.9㎞ 궤도에서 1.98시간 주기로 달을 공전하고 있다. 이달 시운전을 거쳐 2월부터 달표면 관측,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 달착륙 후보지 검색 등 1년간의 탐사 임무가 본격 시작된다.

세계 각국은 이번 다누리의 성공적 달 궤도 진입이 한국의 우주패권경쟁 참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여긴다. 달 궤도선은 심우주 탐사를 위해 꼭 넘어야 할 필수관문인 까닭이다.

이 점에서 항우연은 다누리가 남길 진정한 자산은 궤도선·탑재체의 개발과 항법·추적·제어, 항행궤적 설계, 궤도 진입, 우주통신분야에서 확보한 실무기술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기반으로 우주탐사 임무가 한층 체계적이고 정교해져 유·무인 달착륙, 화성·소행성 탐사와 같은 더 큰 꿈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첫 단추는 제대로 끼웠다. 모든 게 처음인 상황에서도 온갖 시행착오를 이겨내고 완벽에 가까운 역량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공간효율을 극대화한 궤도선 설계다. 다누리의 크기가 2㎥ 수준임을 고려할 때 고해상도 카메라, 우주인터넷, 섀도우캠 등 6개나 되는 고성능 탑재체를 품는 것은 아무나 해내기 힘든 도전적 과제였다. 또 이 과정에서 다누리 본체는 물론 5개의 탑재체를 국내기술로 완성했다.

항우연의 항행궤적 설계와 항법·제어기술의 경우 우주탐사 분야의 꼭짓점에 서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조차 놀라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달을 향해 곧바로 날아가지 않고 멀리 돌아가는 다누리의 항행궤적은 항우연이 독자 설계했다. 다누리의 중량이 당초보다 128㎏(550㎏→678㎏)이나 늘어나 연료 소모가 커지자 2019년 9월 발사 연기를 결정하면서까지 연료를 아낄 방법을 고심한 끝에 찾은 묘수였다.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박재익 박사에 의하면 9명의 과학자를 다누리 팀에 합류시키며 항행기술을 지원했던 NASA는 이에 부정적이었지만 오랜 검증 끝에 지난해 7월 항우연의 설계를 수용했다. "항우연은 저에너지 궤적설계에서 위대한 진전을 이뤘다"는 찬사와 함께였다.

아울러 경기도 여주에 직경 35m급 위성안테나를 가진 최초의 심우주 지상국 건설, NASA와의 국제공조 네트워크 구축 등도 2040년 1조1000억달러(약 1390조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우주산업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높여줄 지렛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다누리의 의미와 관련해 외계 천체가 가진 잠재적 경제성에 주목한다. 우주공간에는 값비싼 희귀자원이 풍부해 심우주 탐사 능력은 곧 이 자원의 선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달에만 해도 작년 9월 현재 가격이 g당 1만7000달러를 호가했던 헬륨3가 110만톤이나 매장돼 있다. 전체 시장가치가 1경8700조달러(2373경9650조원)에 달한다. 10%만 선점해도 우리나라를 자원부국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규모다.

미국·유럽·러시아·일본·중국·인도 등 내로라할 우주강국들이 최근 다시 달 탐사 경쟁에 뛰어든 것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다누리의 발사 성공 당시 "다누리는 우리나라의 신자원강국을 앞당길 선발대"라고 힘담주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한국형 달탐사 로버를 개발 중인 무인탐사연구소 관계자는 "정부는 작년 11월 다누리의 뒤를 이어 2032년 1.8톤급 달 착륙선 자력 발사와 달 자원 채굴을 목표로 2024년 착륙선, 2030년 차세대 발사체(KSLV-Ⅲ)를 독자 개발하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확정했다"며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된 우리나라가 세계에 보여줄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여주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심우주 지상국 전경. 여주 지상국은 국내 최대 규모인 직경 35m급 위성안테나를 이용해 다누리가 달 임무궤도에 정상 진입한 이후 교신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경기도 여주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심우주 지상국 전경. 여주 지상국은 국내 최대 규모인 직경 35m급 위성안테나를 이용해 다누리가 달 임무궤도에 정상 진입한 이후 교신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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