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과 함께 호주 넘어가 전력 분석 매진…"1루수가 최대 걱정"
"대표 선수들 100% 준비 급선무…국가대표 자부심·책임감 가져달라"

경기 시작 기다리는 이강철 감독. /연합
경기 시작 기다리는 이강철 감독. /연합

한국 야구대표팀의 부활을 이끌 이강철(56) 감독의 2023년은 이미 시작됐다.

소속팀인 프로야구 kt wiz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두 팀을 모두 지휘하는 이 감독은 내년 정규 시즌과 WBC 전략을 세우느라 연말연시를 잊었다.

이 감독은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쉴 건 다 쉰 것 같다"며 "새해 시작과 함께 대표팀 구성과 훈련 스케줄 확정, 상대 팀 전력 파악에 속도를 낼 참"이라고 했다.

내년 3월에 6년 만에 열리는 WBC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어떤 성과를 낼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국 야구는 2013년 3회 대회와 2017년 4회 대회 거푸 1라운드에서 탈락해 팬들의 실망감을 자아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도 시상대에 서지 못해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한국 야구의 부활과 리그 인기 제고라는 부담을 어깨에 걸머진 이 감독은 "일본을 탈출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는 말로 미국에서 열리는 4강·결승에 진출에 사활을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우리나라는 일본, 호주, 중국 체코와 함께 B조에 편성돼 2023년 3월 9∼13일 일본 도쿄돔에서 본선 1라운드를 치른다.

여기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A조 1, 2위가 유력한 대만, 쿠바 등과 도쿄돔에서 3월 15∼16일 8강전을 치른다.

이 감독의 '일본 탈출' 발언은 8강을 통과해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2006년 초대 대회와 2009년 2회 대회 성과를 재현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미국과 일본 등 강국들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초호화 멤버로 최강의 전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 감독은 "최고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나오기에 도리어 부담은 적은 편"이라며 "전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더라도 한국 야구 특유의 저력이 있는 만큼 대표로 뽑히는 우리 선수들이 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100%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우리 실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며 KBO리그 간판 선수들에게 강한 믿음을 보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로서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며 대표팀 훈련 전까지 컨디션을 잘 유지해 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감독은 먼저 1라운드에서 조 2위를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로 호주를 꼽고 내년 3월 9일 정오에 열리는 호주와의 1라운드 개막전에 총력을 퍼부을 참이다.

이 감독은 "(WBC에서 14년 만에 격돌하는) 일본과의 경기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목표를 이루려면 호주를 무조건 꺾어야 한다"며 "호주 대표팀에 뽑힐 선수들의 전력을 분석하고자 내년 1월 5∼9일 내가 직접 호주로 넘어가 주말에 열리는 호주 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코치 2명이 1월 10∼15일 2차로 전력을 탐색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한국·일본과 기량 차를 좁힌 대만, 미국 정부의 승인으로 수준급 미국 망명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뽑게 된 쿠바 등 8강에서 맞붙을 상대의 전력도 만만치 않아 미국으로 가려면 마지막까지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WBC 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KBO 기술위원회와 이 감독은 내년 1월 4일 모여 현재 50명인 관심 선수 명단을 35명으로 압축해 예비 엔트리를 구성한다.

이 감독은 2023년 2월 9일 공개될 최종 엔트리(30명)를 "투수 14명, 포수 3명, 야수 13명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각국 프로리그 정규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회가 열리는 만큼 WBC는 투수들의 투구 수에 제한을 둔다. 이에 따라 각 팀은 투수 14명과 포수 2명은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 감독은 아울러 "선수 이름과 기량 등을 고려하면서 상대 팀에 걸맞은 맞춤형 선수로 대표팀을 꾸릴 예정"이라며 "마운드 운용이 중요한 만큼 상황에 맞는 계투책 등을 조만간 코치진과 모여 머리를 맞댈 참"이라고 했다.

현재 가장 선발에 애로를 겪는 포지션은 1루다.

거포 박병호(36·kt)는 오른쪽 발목 부상 후 재활 중이고, 최지만(31·피츠버그 파이리츠)은 지난달 23일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했다.

박병호가 내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에 정상 참가하는 점은 다행스럽지만, 수술 후 회복과 재활에 8∼12주 진단을 받은 최지만이 WBC 전까지 페이스를 끌어올릴지 확언할 수 없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WBC 출사표를 올리면서 2023년 2월 애리조나주에서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를 국내 프로팀에도 도움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이 감독은 "내년 2월 14일부터 2주간 열리는 대표팀의 합숙 훈련 때 kt, NC 다이노스, KIA 타이거즈 세 팀과 평가전을 치르며 실전 감각을 키울 것"이라면서 "대표팀 투수들이 실전에 맞춰 페이스를 일찍 끌어올리려면 상대하는 타자들도 예년보다 조금 일찍 실전에 버금가는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투수들에게 도움이 된다. 한국 야구의 발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NC와 KIA도 힘을 보태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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