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왜 드물까 아시나요?
올해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왜 드물까 아시나요?
  • 최성재
  • 승인 2017.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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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와 크리스마스의 날짜가 왜 비슷할까?
동지에 한 살 먹었는데, 설에 왜 또 한 살 먹나?

 

1582년 10월 15일 금요일, 유럽은 난리법석이었다. 대소동! 약속이 온통 헝클어졌다. 안 만날 사람은 만났고 막상 만나야 할 사람은 못 만났다. 그런 일이 부지기수! 여기저기서 절교의 맹세가 울려 퍼졌다. 하루 전날이 10월 4일(목)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글쎄, 10월 15일(금)이란다! 그것도 몰랐냐며, 천재들은 바보들을 놀려댔다. 현재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이 교황 그레고리 13세(Pope Gregory XIII)의 권위로 발효되면서, 발생한 일대(一大) 혼란이었던 것이다. 역사상 1582년 10월 5일에서 14일은 존재하는 않은 날!

BC 45년, 줄리우스 캐사르(Julius Caesar)는 계절이 하나 다를 정도로 엉망이 된 이집트력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줄리어스력(Julian Calendar)으로 바꿨다. 1년을 365일에서 365.25일로 계산한 결과다. 0.25에 4를 곱하면 1이 되니까, 이제 4년마다 윤년이 생긴다.

2월은 원래 30일이었는데, 줄리우스 캐사르와 아우구스투스가 자기 이름을 딴 7월(July), 8월(August)을 집어넣으면서 각각 31일로 만들고 2월은 28일로 줄여 버렸다. 그 바람에 7월이었던 September(*Sept는 7을 의미)는 9월로, 8월이었던 October(*Oct는 8을 의미)는 10월로 바뀌었다. 11월(November)과 12월(December)도 그렇게 본명을 잃었다.

2월은 울며 겨자 먹기로 4년마다 하루를 적선 받아 29일이 된다.

로마의 포도주와 수돗물은 북방의 게르만족에게 꿈에도 한 번 마시고 싶은 넥타요 생명수였다. 그들은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면서 로마의 벽을 넘고 로마의 도로를 따라 밀물처럼, 몽유병 환자처럼 막무가내로 남쪽으로 내달렸다. 12월 동짓날 그들은 밤새도록 한 숨도 안 자고 전나무 또는 소나무에게 무당 옷을 입히고 그들의 신들에게 애타게 기도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내일부터 제발 해가 더 길어지게 하소서. 내일도 모레도 밤이 어제와 오늘처럼 길어지면, 우리는 살 수 없사옵니다! 토르여, 오딘이여, 프리가여, 굽어 살피소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염려하여 동짓날은 밤을 하얗게 새웠다. 안 그러면 어린애도 눈썹이 눈처럼 희게 센다며 어른들이 잔뜩 겁을 주었다. 못된 귀신들은 붉은 걸 보면 혼비백산한다며, 불그죽죽 팥죽을 끓여 먹으며 애들은 새알을 묵은 나이에 하나 더 얹어 먹었다.)

기독교국으로 변신한 로마제국은 이들 무지막지한 게르만족을 순화시키지 않고는 하루도 편안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예수도 전도하고 제국도 살리고 일석이조가 없을까! 그 대타협의 결과가 게르만의 동지를 예수의 탄생일로 과감히 받아들인 것이다. 야만족도 대만족! 토르와 오딘과 프리가 자리에, 하나님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만 앉히면 되었으니까! ‘동지트리’는 그냥 말만 바꾸어 ‘크리스마스트리’로 기리면 되었으니까!

1582년부터 1년이 365.2425로 바뀌었다. (365.25 – 365.2425 = 0.0075) 문제는 이 우수리였다. 100년, 200년은 문제없었지만, 500년이 지나고 1000년이 지나자, 뭔가 요상해졌다. 달력과 현실의 시간적 괴리가 사람들의 몸을 찌부등하게(기우뚱하게) 비비 꼬이게 만든 것이다.

1582년 + 45년 = 1627년

1627년 × 0.075 = 12.2025일

(내 계산으로는 12일을 빼어야 하는데,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11일을 뺐다.)

그런데, 1년을 365.2425로 계산해도 3030년이 지나면 하루가 차이난다. 이걸 서양보다 무려 137년 전인 1445년에 알고서, 그때부터 1년을 365.242188로 정확하게 계산한 나라가 있었다. 이렇게 하면 1만 년에 하루가 차이 날까 말까다. 그래서 만세력이다! 그 나라가 바로 세종의 조선이었다(세종27년). 이순지(李純之)와 김담(金淡)이 세종의 명을 받들어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과 이슬람의 회회력(回回曆)을 참조하여 일식과 월식까지 정확히 계산한 결과를 실은 칠정산내외편(七政算內外篇)을 완성했다. 이를 근거로 만든 것이 본국력(本國曆)이다. 명나라의 대통력(大統曆)을 속으로 비웃으며 받아오긴 하되, 조선은 동경 127도의 서울을 중심으로 계산한 ‘세종력’을 썼던 것이다.

폴란드에는 세종고등학교가 있는데, 15세기 천문학 세계제일이었던 조선의 세종대왕을 폴란드의 영원한 우상 코페르니쿠스처럼 기리기 위해 세운 학교다. 세종은 객성(客星)이라고 오늘날 신성(新星 nova)이라 일컫는 별도 잘 관찰하라고 지시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오래된 객성의 기록도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다. 서양보다 300년 정도 앞섰을 것이다.

칠정(七政)은 음양(陰陽 달과 태양)에 오행(五行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을 아우른 말이다. 그러니까, 이 칠정의 운행을 종합하여 만든 게 세종력이요, 19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이다. 이순지와 김담은 달의 공전주기를 354.3667로 계산하여, 이것과 지구의 공전주기를 정교하게 맞추었다. 그렇게 하면, 19년 주기로 양력과 음력이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자기 생일에서 양력 날짜나 음력 날짜를 모르면, 만 19세에 달력을 보면 된다. 99% 맞다. 24절기(節氣)는 알고 보면 음력이 아니라 음력 안에 양력을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이것도 중국에서 들여왔지만, 한국이 제일 정확하다. 음력과 양력, 이 둘을 가장 정확하게, 동시에 맞춘 달력이 ‘세종력’이다.

부여(夫餘)는 12월에 쇠는 영고(迎鼓)를 최대의 명절로 쳤다. 그것은 고조선에서 전해진 것이다. 사정은 황하(黃河)의 하(夏)나라와 은(殷)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이 두 나라는 고조선의 작은집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역사적으로 중국 한족(漢族)의 나라는 주(周)나라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그들의 모든 기준은 주나라다. 공자가 그런 표준을 세웠다. 중국인들은 역사 왜곡이 탄로 나는 게 두려우니까, 하나라와 은나라 유적에는 한국의 학자들을 사실상 접근 금지시키고 있다. 하여간 이 12월의 영고가 바로 동지다. 그게 바로 고조선과 부여의 설이었던 것이다.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드문 이유는 절로 드러난 셈이다. 1582년에 11일이 증발되면서, 오늘날 1월초였던 크리스마스가 열흘 정도 당겨졌던 것이다. 유럽 중북부에는 대체로 1월초에 눈이 펑펑 쏟아진다. 아기 예수를 반기듯이!

I wish you a white Christmas!

 

csj@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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