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AI 챗봇으로 불리는 ‘챗GPT(ChatGPT)’가 미국 학생들로부터 숙제 대행 로봇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교육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교육계가 지난달 출시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ChatGPT)’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숙제나 온라인 시험에서 이 챗봇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미국 학생들 사이에서 챗GPT를 활용한 숙제하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챗봇은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양의 글을 빅데이터 분석해 제대로 된 글의 양식과 특성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문장을 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AS 상담 등 이미 많은 분야에 적용 중이라 기술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하지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투자한 AI연구기관 오픈AI가 내놓은 챗GPT의 경우 인간에 버금가거나 때로는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의 문장력을 갖고 있어 부정행위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챗봇에 질문하는 것만으로 교사들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정교한 필기답안을 손쉽게 적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미 중서부 지역의 한 대학생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두차례 챗GPT를 이용했다고 고백했다. 컴퓨터공학 관련 용어를 정의하라는 문제를 입력하자 챗GPT가 즉시 답을 제시했고 이를 베껴 리포트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컴퓨터 코드(명령어)를 어떻게 쓸지 몰라 챗GPT에 물어보자 완벽하게 작동하는 코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도 시험을 치를 때 챗GPT를 사용할 계획이며 AI가 작성한 답이라는 사실을 교수가 알아채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오히려 "(컴퓨터가 답변할 수 없는) 더 좋은 문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교수의 책임"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더 많은 학생이 챗GPT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게 시간 문제라고 본다. 실제 챗GPT는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명의 이용자수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일부 교사는 학생을 감시할 수 있는 교실에서 답변을 손으로 작성토록 한다거나 AI가 감당하기 어려운 더 깊은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내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

표절 감지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업체들도 AI가 작성한 글을 포착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교사들은 챗GPT가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을 퇴보시킬 것이라 걱정한다. 글쓰기는 개인이 머릿속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학습하는데 챗GPT를 활용하면 그 과정을 건너뛰어 교육적 효과가 사라진다.

물론 챗GPT가 완벽하지는 않다. 코네티컷주 성심대학의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톰슨 부교수는 "챗GPT를 실험한 결과 깊은 사고가 필요하지 않은 질문에는 잘 답변하는 편이었지만 복잡한 질문에는 훨씬 덜 논리적인 답을 내놓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완전히 틀린 내용을 답하거나 사회적 편견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조슈아 아일러 미시시피주립대 부교수는 "챗GPT는 계산기의 등장이 수학 교육에 미친 영향과 비견된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은 일종의 도덕적 공황 상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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