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재
김원재

얼마 전 홍준표 대구 시장이 갤럽에서 실시한 ‘주요 정치인 호감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유력 차기 대권 주자들도 포함된 조사였기에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더 놀라운 것은 홍 시장에 대한 2030세대 지지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2030세대는 홍 시장 같은 노련한 정치인보다는 한동훈 장관 같은 정치신인을 주로 지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2030세대는 왜 홍 시장을 지지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은, 홍 시장이 지난 대선에서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지양하며 공정과 상식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고집불통 꼰대’ 이미지를 가진 홍 시장이 막상 알고 보니 ‘말이 통하는 어르신’이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안하무인 꼰대인 줄 알았던 정치인이 2030세대 말을 경청하고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을 핵심가치를 내세워 주니 얼마나 대단해 보였겠는가.

그런 홍 시장이 최근 2030청년들을 분노케 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홍 시장은 얼마 전 새롭게 대구시 공무원의 승진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그 기준이 문제였다. 여성 공무원을 승진에서 우대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공정과 상식을 내세웠던 홍 시장의 행보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표라 많은 청년들이 비판에 나섰다. 이에 홍 시장은 기존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며 청년들을 더욱 실망시켰다. 여성 공무원을 승진에서 우대하는 이유가 여성이 가정에서 가사노동을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에 가사 노동을 여성만 한다는 가부장제적 사고방식은 둘째 치고, 도대체 가정에서의 가사 노동이 왜 공무원 승진심사 우대 요소가 되는가? 그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집에서 가사 노동을 하는 남성 공무원은 왜 승진 우대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가? 홍 시장은 자신의 답변이 그동안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부합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홍 시장에 대한 2030세대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앞에서 언급했듯 홍 시장의 장점은 ‘말이 통하는 어르신’이라는 것이다. 과거 자신이 발탁한 인사가 문제가 되자 그 어떤 정치인보다 빠른 대처를 보여주지 않았던가?

홍 시장은 지금이라도 승진심사에서 여성 공무원을 우대한다는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호감도 1위 정치인을 가능케 했던 2030세대의 지지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부디 ‘꼰대’가 아닌 ‘어르신’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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