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서민

신현영 이슈로 삐걱대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파행을 겪고 있다. 이유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도둑촬영 논란 때문. 국민의힘(이하 국힘)은 용 의원이 위원직에서 물러나야 국정조사에 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용혜인과 국힘 사이엔 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시작은 12월 27일 국정조사였다. 당시 국힘 조수진 의원 등은 질문의 30% 이상을 신현영의 닥터카 논란에 할애했다. 신 의원이 닥터카를 콜택시처럼 이용한 게 문제라는 것, 그녀 때문에 사망자가 더 늘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참사 당시 그녀가 국회의원직을 이용해 벌인 갑질은 추후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정확한 규명이 필요하긴 했다. 그런데 유가족협의회 측은 이게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지한이엄마로 알려진 조미은 씨는 국힘 의원들을 붙잡고 이렇게 호소했다. "왜 신현영만 갖고 늘어지는 건데, 이 귀한 시간에!" "자기 자식이 거기 있어 봐야 그런 식으로 신현영, 신현영 안 그러지." "애들이 죽어간 심각한 상태예요. 그러면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질문을 제대로 해야지, 왜 민주당 의원을 까면서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냐고." 국힘 조은희 의원에겐 다음과 같은 협박도 했다. "당신이 누구 자식인지 누구 엄마인지 파헤칠 거야!"

이 광경을 보던 조수진 의원이 혼잣말을 했다. "같은 편이네, 같은 편이야." 용혜인은 이 말에 격분해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다.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유가족분들의 절규가 정부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을 꾸짖고 있는 야당의원들 편을 드는 일이라며 이죽거리는 그 태도에 마음이 무너져, 대꾸조차 못하고, 잡아서 한 마디 쏘아붙이지도 못하고 그렇게 흘려보내 버렸던 것이 여전히 마음에 짐처럼 남습니다…‘진정으로 희생자를 생각하라’고 다그치시던 분의 본색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의원님, 유가족께서 오죽하면, 오죽하면 그러셨겠습니까?" 이 글은 여러 언론에 기사화됐고, 그녀의 SNS에는 수많은 이들이 응원 댓글을 달았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유가족협의회를 이끄는 조미은 씨가 직접 책임자인 용산구청장과 용산경찰서장 대신 대통령과 행안부장관만 공격하는, 지극히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긴 해도, 유족들에 대한 비아냥은 사회통념상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틀 후 열린 국정조사에서 발생했다. 12월 29일, 국정조사가 정회에 들어간 오후 6시 20분쯤 카메라 기자 행색을 한 사람이 국민의힘 전주혜, 조수진 두 의원간의 사적 대화를 몰래 촬영했다. 현장을 스케치하는 것도 아니고, 지향성 마이크가 달린 카메라를 자신들에게 들이대는 것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국힘 의원들이 그를 붙잡아 정체를 캐물었다.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용혜인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그 보좌관이 이런 짓을 한 이유는 쉽게 추측가능하다. "같은 편이네"로 인기몰이를 한 용혜인이 여기에 고무돼 또 한 건을 터뜨리자고 생각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용혜인은 자신이 보좌관에게 뭔가를 시킨 적이 없다고 말한다. 당시 자신은 몸이 안 좋아 회의장에 있지도 않았고, 사적 대화에 지향성 카메라를 들이댄 보좌진의 행위는 ‘의정활동을 찍는 과정’이었단다. 정회 시간에 다른 당 의원들의 사적 대화를 몰래 찍는 걸 의정활동 기록이라 우기는 것도 어이없지만, 다음 말은 더 황당하다. 국힘 의원들 때문에 보좌관이 위협을 받았으니, 여기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이다. "천박한 망언이 부끄러우면 사과하시면 될 일이지 이렇게 꼬투리 잡아가며,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치닫게 할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 침묵추모 행진으로 이름을 얻은 뒤 정치권에 입문한 용혜인은 2020년 총선 때 만들어진 연동형비례대표제 덕분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1990년생이니 이제 33세, 그렇다면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참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건만, 그녀의 행태에는 조국사태 이후 우리가 지겹게 봐왔던 뻔뻔한 좌파 정치인 모습만 보일 뿐이다. 용혜인만이 아니다. 빈곤포르노 논란을 일으킨 장경태, 소방관 출신 의원으로 신현영의 갑질을 적극 옹호한 오영환, 조국바라기에서 갑자기 이재명 친위부대가 된 김남국, 시사프로에서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기 바쁜 전용기 등등, 청년으로 분류되는 이들을 보며 다음과 같은 탄식을 해본다. 니들이 청년이면, 파리가 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