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

지난해 11월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5만8000가구를 넘어섰다. 이는 1년 새 4배 증가한 것으로 정부가 위험선으로 제시한 6만2000가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을 감안하면 이미 위험선을 돌파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총 5만8027가구로 집계됐다. 전월의 4만7217가구와 비교하면 1만810가구 늘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한 달 새 1만가구 넘게 증가한 것은 2015년 12월의 1만1788가구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해 11월 말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만373가구로 전월보다 36.3%인 2761가구 늘었다. 인천이 한 달 만에 48.3%인 805가구 급증했고, 경기는 38.5%인 1957가구 늘었다.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지방 미분양 물량은 4만7654가구로 20.3%인 8049가구 증가했다. 울산이 1414가구에서 2999가구로 한 달 새 2배 넘게 늘었다. 17개 시·도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로 1만1700가구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파트 매수심리는 갈수록 더 얼어붙고 있다. 설상가상인 것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대출과 세제를 포함한 다주택자 규제를 대거 완화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주(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의 71.0보다 낮은 70.2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012년 7월 매매수급지수를 조사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매매수급지수는 2021년 11월 넷째주 이래 매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100 이하로 내려가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전국 매매수급지수는 2021년 12월 첫째주의 99.2 이래 1년 넘게 기준선을 밑돌고 있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63.1로 역대 두번째의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6대 광역시와 지방 역시 67.4, 74.9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것은 금리 요인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0.50%를 유지하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021년 8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24일 3.25%까지 올랐다. 이 같은 기준금리 급등으로 이자부담이 커진데다 집값 고점 인식, 그리고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올해 집값 역시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용대출 금리는 연 7.85%로 전월보다 0.63%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2년 6월의 연 7.89%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안심전환대출이 대부분 연 4% 수준에서 취급된데다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우대금리를 확대하면서 전월보다 0.08%포인트 하락한 연 4.74%를 기록했다. 이는 8개월만의 하락 전환이다. 하지만 전체 가계대출 금리는 연 5.57%로 2012년 3월의 5.62% 이후 10년 8개월만의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지난해 마지막 달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유지한데 이어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까지 오른 뒤 조금씩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여전히 5% 안팎의 높은 상승세가 예상돼 당분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번 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3.5%로 맞춘 뒤 물가가 잡힐 때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요금 인상 도미노로 물가가 예상보다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최종 기준금리는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전국 17개 시·도는 올해 택시·버스·지하철 등 교통요금은 물론 상하수도 요금과 쓰레기 종량제 봉툿값 인상까지 검토하고 있다. 전기·가스요금에 이어 지방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오르면 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집값의 하방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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