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메머드급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해체하고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김병준·김한길 등 3김 중심의 총괄선대위는 해체됐고, 총괄본부와 정책본부 중심의 새로운 ‘선거대책본부’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부로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겠다"며 "국회의원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실무형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가 전날 김종인 위원장 해촉을 비롯해 선대위를 완전 해산하기로 결심을 굳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먼저 그만두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그 정도 정치 판단 능력이면 같이 할 수 없다"며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고 사퇴 의사를 표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결별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청년 세대가 더 주도적으로 뛸 수 있게 하기 위해 의사 결정 구조도 단순화하고 실무형으로 바꾸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에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갈등을 빚고 있는 이 대표와의 향후 관계에 대해선 "저나 이 대표나 국민과 당원이 정권 교체에 나서라고 뽑아준 것"이라며 "똑같은 명령을 받은 입장이다. 이 대표가 대선을 위해 당 대표로서 역할을 잘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선대위 개편안의 핵심은 조직을 단순화하고 실무자들을 최전선에 세운다는 점이다. 선거대책본부장은 권영세 의원이 맡는다. 4선의 권 의원은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등을 지냈다. 윤 후보는 "위원회와 산하 본부를 해체하고 선거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선은 이르면 내일 중 발표할 계획이다.

또 2030 세대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책 본부에 청년 보좌역도 계속 유지하고 다른 본부가 선거대책본부로 일괄 통합이 되면 더 청년 보좌역 역할을 참석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 후보의 이번 결단은 정치적 홀로서기를 선택한 것으로, 오롯이 윤 후보 자신이 국민 앞에 나서서 평가받겠다는 의지다. 야권에서는 ‘이준석 발(發)’ 선대위 내홍이 국민의힘 선대위에 치명타를 안겼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의 선대위 이탈과 ‘윤핵관’ 비판은 윤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렸다는 평가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선대위 해체가 시기적으로 일찍 일어난 점이 오히려 ‘정권교체’에 유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서 ‘윤핵관’으로 지명됐던 권성동·윤한홍 의원은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각각 당 사무총장과 및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 직에서 모두 사퇴했다. 그러나 선대위 내분과 관련 당내 일각에서 퇴진론이 일고 있는 이준석 대표는 "전혀 (당 대표)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 해체 발표 이후 곧바로 외부 공개 일정을 재개했다. 지난 3일 김종인 당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을 공표한 이후 모든 일정을 전면 취소한 윤 후보가 김 위원장과의 ‘결별’로 상황을 매듭짓고 공식 행보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이어 저녁에는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찬에 대해 "코로나19 상황, 부동산 관련 문제 등 민생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4·7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당선된 두 후보에 ‘원팀’ 기조를 강조하며, 새 출발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4일 윤 후보 일정에 대해 "추후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이후, 5일 오전까지도 ‘오전 11시 선대위 쇄신 방안 발표’ 외 별다른 일정을 공개하지 않다가 이날 오후에서야 일정을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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