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4일(현지시간) CES 2022 전시회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퀀텀닷(양자점) OLED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업계는 이것이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 신호로 보고 있다. /연합
삼성디스플레이가 4일(현지시간) CES 2022 전시회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퀀텀닷(양자점) OLED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업계는 이것이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 신호로 보고 있다. /연합

혁신기술의 각축장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22’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했다. 올해 전시회에는 참가 기업들이 선보이는 첨단 미래기술에 더해 주요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삼성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 진출 공식 선언이 그것이다.

가전산업 최강자인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뛰어든다면 우리나라가 독점적 기술을 보유한 OLED 디스플레이의 대세화를 가속화해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도하고 있는 세계 TV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4일(현지시간) CES 2022를 통해 독자 개발한 OLED 기반 퀀텀닷(양자점, QD) 디스플레이 ‘QD-OLED’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QD-OLED는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서 개발해온 신무기로 이날 처음 외부에 실체를 드러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공개를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참전으로 해석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11월 QD-OLED 양산에 돌입했고, 삼성전자의 65인치 QD-OLED TV가 CES 2022 ‘최고 혁신상’에 선정됐음을 볼 때 QD-OLED TV개발이 완료돼 출시 발표만 남았다는 것이다.

국내외 증권가와 시장조사 기관들 역시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신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외 주요 언론들이 전시회에 참석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입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번에 LG전자와 ‘적과의 동침’을 공식화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설정한 올해 OLED TV 판매 목표는 200만대 선이다. 그 이하로는 존재감 부각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연간 QD-OLED 공급량은 현재 100만개 안팎에 불과하다. QD-OLED가 아닌 기존 OLED라도 누군가로부터 공급받아야 하지만 세계 대형 OLED 디스플레이의 99%는 LG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다. 최대 경쟁자인 LG전자의 힘을 빌어야 OLED TV 사업이 가능한 셈이다. 글로벌 OLED TV 시장이 지난 2000년 365만대에서 올해 800만대(약 16조8000억원)로 성장한 뒤 2024년 1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돼 더는 진출 시기를 늦추기도 어렵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지난 10년간 QD-OLED의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기 위해 LG전자의 OLED를 평가절하해 왔다는 사실이다. LG전자의 OLED는 백색 자발광(自發光) 소자를 사용한다. 삼성전자의 QD-OLED는 청색 자발광 소자에 퀀텀닷 컬러 필터를 입힌 구조인데, QD-OLED가 색 재현력 등에서 압도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자신이 무시했던 디스플레이로 TV를 만들어 홍보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시장 진출 선언이 늦어지는 것도 칼자루를 쥔 LG전자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존심도 세울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최상위 라인업은 QD-OLED, 하위 모델은 OLED를 배치함으로써 QD-OLED의 우위를 간접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하지만 LG전자가 수용하지 않아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LG전자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참전을 경쟁사가 아닌 신규 고객사의 등장으로 보는 분위기다. 또한 프리미엄 모델 중심인 OLED TV의 대중화가 앞당겨지면서 10여년의 노하우를 축적한 LG전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이 지난 4일 "공식적으로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을 들은 바는 없지만 만약 합류한다면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한 배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양사의 역학관계를 떠난다면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출은 한·중·일의 TV 패권 전쟁에서 한국이 독보적 입지를 구축할 중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갖춘 곳이 삼성전자와 LG전자뿐인 만큼 OLED TV 시장이 커질수록 양사의 영향력도 우상향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관계자는 "1500달러 이상 고가 TV 시장에서는 이미 OLED가 프리미엄 LCD를 앞질렀다"며 "현재는 LCD가 세계 TV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지만 삼성과 LG의 쌍끌이가 본격화되면 OLED 천하로의 급속 전환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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