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27일 도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 주둔지를 방문, 10식 전차에 탑승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여기서 열린 육상자위대 사열식 훈시를 통해 탄도미사일을 상대국 영역에서 저지하는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 대상에서 빼지 않겠다고 밝혔다. /AFP=연합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27일 도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 주둔지를 방문, 10식 전차에 탑승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여기서 열린 육상자위대 사열식 훈시를 통해 탄도미사일을 상대국 영역에서 저지하는 ‘적(敵) 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검토 대상에서 빼지 않겠다고 밝혔다. /AFP=연합

지정학적 불안정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일본의 군사력 동향이 주목된다. 중국·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꾸준히 국방비 증액에 힘써 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동해상에서 관찰됐다고 5일 일본 정부가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작년 이후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에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발사체는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최근 일본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북한에 기울어진 한국 정부의 등장으로, 일본 정부·여당 인사들의 군비 증강 주장이 자국내 여론에서 더욱 힘을 얻게 된 셈이다.일본의 국방비는 1976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내각에서 GDP 대비 1% 이하, 이른바 ‘1%룰’이 적용돼 왔지만 작년 이미 이를 넘어섰다.

도쿄신문은 지난 4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기준으로 작년 국방비를 계산해보니 GDP 대비 1.24%로 산출됐다고 보도했다. 추경 예산과 나토 기준 국방비 포함 경비(퇴역군인연금·해상보안청 경비·UN평화유지활동(PKO)갹출금)를 더한 결과다. 나토 주요국 중 스페인(GDP 대비 1.17%)보다 높고 이탈리아(1.39%)에 육박한다. 2022년 말 개정 목표의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에서 5년간 국방비 총액을 3조엔(약 31조원) 늘려 30조엔(약 313조원)으로 조정 중이다.

일본의 국방비 인상 배경에 주변 정세가 냉전시대보다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실제 미국이 용인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행동으로 ‘유사시(時)’가 되면 일본은 협조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미·중 대립의 격화 속에 미국의 동맹국 일본의 안보 긴장감이 함께 높아졌다.

중국·북한·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빠른 속도와 변칙적 궤도로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선 요격이 어렵다. 중국은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새 풍동(風洞, wind tunnel) 실험시설을 완공, 사실상 가동에 들어 갔다고 전해진다. 이 방면의 세계 최초 시설이다.

이에 일본은 음속 5배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할 ‘레일건’을 2020년대 후반 실전 배치할 방침이다. 니혼케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기존 시스템 강화와 더불어 레일건 및 적의 위협권 밖에서 반격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 타격 능력의 장사정 미사일 등 3개 층의 미사일 방어계획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사일로 미사일을 요격하는 현행 체제론 한계가 있다는 게 방위성의 판단이며, 기존 요격 미사일 외 레일건과 장사정 미사일을 함께 운용하는 체제를 203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레일건은 전기가 쉽게 통하는 소재의 레일에 탄을 놓고 전자력(電磁力) 원리로 연속 발사하는 무기다. 일본은 2015년 무렵부터 자국 소재산업 경쟁력에 기반해 레일건 실용화에서 앞서 갈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지고 힘써 왔다. 실용화에 근접한 레일건 시제품(프로토타입) 제작을 위해 2022년도 예산안에 65억엔(약 672억원)이 반영됐다. 미국은 비용문제로 레일건 연구를 작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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