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김인희

60여일 남은 20대 대통령선거를 놓고 제 1야당인 국민의힘 내분이 거의 절정에 달했다. 아니, 차라리 지금이 절정이라면 앞으로는 회복될 일만 남았겠지만 앞으로 더 큰 내분이 생긴다면 두 달 남은 선거에서는 치명적이다.

선거는 대부분 앞서가는 여권 후보를 야권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으로 간다. 여권 후보는 집권당 후보라는 위치만으로도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안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오히려 반대다. 현 정부의 무능과 강압에 지친 국민들이 정권교체에 대한 많은 지지를 보냈다. 오히려 야당 후보가 프리미엄을 안고 갔다.

후보로 확정된 지난해 11월 이후 각종 여론 조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줄곧 앞서 나갔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맹추격을 허용하더니 해가 바뀌며 오히려 뒤집혀버렸다.

이는 갑작스러운 뒤집기가 아니다. 지난 두 달간의 양 당 분위기를 보면 이는 예견된 사태에 가깝다.

국민의힘은 선대위 구성에서부터 잡음을 일으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합류를 놓고 벌어진 잡음은 차라리 해프닝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준석 당대표는 계속해서 돌출행동을 일으키며 당 내홍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후보를 중심으로 ‘원팀’이 돼서 단합된 메시지를 내보내도 부족할 판에, 후보의 선대위 인선에 줄기차게 불만을 제기하고 반발하며 벌써 두 번이나 선대위를 떠났다.

‘선당후사’(先黨後私)가 정당 정치의 기본인데도 줄기차게 자기 정치만을 고집하면서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사명을 어떻게 완수하겠다는 것인가. 총선에 3번 나가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음에도 30대의 젊은 그가 당대표로 뽑힌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자기정치를 하라고 당대표로 뽑아준 것이 아니다.

경선에서 패한 홍준표 의원도 마찬가지다. 홍 의원은 이미 정치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정치를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되지도 않은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한 것이 자존심 상하는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합의된 경선 룰에 의해 경선이 치러졌고 그는 경선패배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렇다면 마땅히 사적인 감정은 뒤로 제쳐두고 경선 과정에서 그 역시 외쳤던 ‘정권교체’를 위해 협조하는 것이 선당후사의 자세일 것이다.

그런데 경선 패배 후 홍 의원의 행동은 오히려 윤 후보가 불리해지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윤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면 후보교체론이 불거지고 자신이 교체후보로 올라갈 것을 기대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반면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분위기 속 불리한 분위기에서 선대위 체제를 시작한 여당은 당대표 이하 모든 당직자들이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송영길 당대표가 공수겸장으로 이재명 후보에 대한 공격을 대신 받아내고 윤 후보에 대한 공격에도 앞장서며 이 후보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송 대표는 이 후보가 가진 4번의 전과에 대해서도 "모두 공익적인 활동을 하려다가 생긴 전과"라며 적극적으로 감쌌다.

경선에서 패한 뒤 결선투표를 주장했던 이낙연 전 의원도 최근 선대위에 합류하며 이 후보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경선 과정 도중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후보 선출이 이뤄졌기에 이 전 의원의 아쉬움은 오히려 홍 의원보다 컸으면 컸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야권이 ‘원팀’이 돼서 여권 후보를 공략해도 부족할 상황인데, 오히려 야권은 내분에 시달리고 여권이 ‘원팀’을 이루고 있다. 국민들은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할 야권은 절박함 없이 분열만을 거듭하고 있다.

‘야권은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 격언은 언제나 옳다. 아직 선거는 두 달 남았다. 이준석 당대표와 홍준표 의원은 이제라도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의원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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