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고위급 정치 지도자들이 외교, 국제정치에 관한 결정을 내린 후 국민의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가장 흔히 둘러대는 변명이 "국가이익에 의거한 결정이었다."라는 것이다. 북한에 돈을 주고도 그렇게 말하고 북한의 못된 행동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국민이 보기에 비굴하게 행동했을 때도 그 행동은 "국가이익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둘러대는 정치가들이 과연 국가이익이 무엇인지를 국민에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특히 최근 좌파정부 집권시 국제정치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외교정책을 보면 이 같은 의심은 더욱 깊어진다.

국제정치학을 처음 공부할 때 나오는 개념이 국가이익인데 국가이익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중요한 국가이익은 국가안보(Security)라는 이익이다. 국제정치는 험악한 곳이라 국가들은 무엇보다도 생존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국가의 삶과 죽음에 관련된 이익이기에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이라고도 불린다. 두 번째는 국가이익은 주로 군사력이 강조되는 힘(Power)의 증강을 도모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가장 유용한 것이 힘이기 때문에 힘을 증강시키려는 노력은 대단히 중요한 국가이익이다. 세 번째 국가이익은 번영(Prosperity)을 추구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일 역시 힘의 증강과 결부되는 국가이익이다. 마지막 국가이익은 국가의 명예(Prestige)를 고양시키는 일이다. 어떤 외교정책이 이 네 가지를 다 증진시켰을 경우 정치가는 자신의 결정을 "국가이익에 입각"한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특정 외교정책이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다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결정을 내릴 경우 그 결정은 국가이익의 우선 순위에 입각해야만 한다. 명예를 위해 번영을 포기하면 안 되고 번영을 위해 힘을 포기하면 안 된다. 어느 경우라도 국가안보를 훼손하는 결정은 결코 하면 안 된다. 쉬운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겠다는 발상은 국가의 명예를 증진시키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보다 상위의 이익인 경제에 손해를 입히고 미국의 개입을 약화시킴으로 우리나라의 힘을 약화시키고 특히, 안보를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그런 발상 혹은 결정은 결코 국가이익에 입각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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