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초롬
함초롬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에 널리 퍼진 반중 정서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 포스팅으로 인해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2030 세대가 ‘반페미’ 이슈 못지않게 열광하는 ‘반중’ 정서를 제대로 건드렸다는 의미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한바탕 일기도 했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멸함’을 뜻하는데, 그간 쉽게 공론화하기 어려웠던 ‘멸공’이라는 두 글자에 젊은 세대의 관심이 이어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이 ‘공산당이 싫다’는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 15일부터다. 게다가 지난 5일에는, 72만8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가진 정 부회장이 올린 ‘난 공산당이 싫다’는 포스팅을 인스타그램에서 자체 삭제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이어 인스타그램은 ‘시스템상 오류였다’며 이를 복구시켰지만, 이는 많은 반발 여론을 낳았다. 실제로 10대와 20대가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 중 하나인 틱톡에서도 중국 공안을 비판하는 내용을 올리게 되면 해당 포스팅이 자체 삭제되기도 한다.

정 부회장은 이어 7일에는, ‘#멸공 #승공통일 #반공반첩 #대한민국이여영원하라 #이것도지워라 #대한민국은대국이다 #이것도폭력조장이냐’를 해시태그로 달았고, 열광적인 반응과 함께 정 부회장의 게시물이 좋아요 수를 연일 갱신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 부회장이 ‘멸공’과 함께 ‘소국이 감히 대국에...’ 안하무인 중에 항의 한번 못해’라는 조선일보 기사를 캡처해 올리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을 게제하자 반대진영의 논란에도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 부회장은 이를 김정은 북한 위원장 사진으로 변경했다.

뒤이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트위터에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저격했다. 그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며,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한 직후에, 국민의 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달걀과 파, 멸치, 콩’을 구입하는 사진이 후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이는 애초에 윤석열 후보가 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물가를 체험하려는 기획이었지만, 조국 전 장관의 때 아닌 일격에 그 반작용으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이를 이어받아 윤 후보의 ‘멸공 챌린지’가 정치권에 ‘밈’처럼 번져가기 시작했다.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이에 동조하며 멸치와 콩을 장 보거나 먹는 포스팅을 올리기도 했고, 태영호 의원은 멸공이 ‘밈’으로 소비되는 것은 곧 문재인 정부의 친중 친북 정책에 대한 여론의 반작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당에서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신세계 불매운동’을 하자며 스타벅스와 이마트 사용까지도 자제하기를 독려하고 나섰다. 김어준은 ‘멸공을 할 거면 군대를 갔어야 했다’며 비판했고, 그의 지지자들은 ‘정용진 지지를 철회한다’, ‘이념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등의 여론으로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기업 직원들의 ‘오너리스크’를 걱정하는 반응들도 뒤따랐다. 기업의 오너가 정치 이슈에 휘말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신세계 투자자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신세계 주가도 6.8% 넘게 하락했다.

특히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 곳 중에 하나가 디시인사이드 이재명 갤러리다. 상당수의 ‘민주당 드루킹’들이 보수우파 지지자들이 모이는 갤러리에 침투해 선전선동을 위시한 ‘밭갈이’를 하며 여론 조작을 한다는 정황이 포착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야권 정치인들의 ‘멸공’ 쇼핑을 일컬어 ‘철없는 일베 놀이’라고 비유했다.

잇따른 논란이 일자, 정 부회장은 자신의 포스팅이 ‘중국과는 상관 없다’며 중국식 잡채를 만들어 올렸다. 하지만 ‘멸공’ 논란은 진화는커녕 현재진행형인 이슈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그 중심에 2030 여론이 있다. 2030은 기성세대인 여당과 친여 언론과는 달리 멸공 논쟁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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