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안전진단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재건축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모습. /연합
여야 대선 후보들이 안전진단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면서 재건축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 넘어 산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모습. /연합

최근 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재건축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여당 소속 구청장들까지 규제 완화를 촉구하면서 정부에 반기를 드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해 안전진단 통과 기준을 바짝 조였다. 주거환경 항목을 종전 4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구조안전성 항목은 20%에서 50%로 대폭 증가시켰다. 일상생활에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 단지는 고작 5개에 불과하다. 기준을 강화하기 전 3년간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56개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고,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 등 5곳에 3기 신도시를 만들어 3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정책을 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권과 경기권을 원하는 수요 자체가 달라 서울 집값을 잡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서울 시내, 특히 강남의 주택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인 만큼 3기 신도시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매년 일정한 정비사업 물량이 나와야 주택가격 상승이 멈추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물론 여야 대선 후보들도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현행 구조안전성 비중 50%를 25~30% 수준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재건축 추진 단지의 적정성 검토 통과가 쉬워지고, 재건축이 가능한 단지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시장에 훈풍이 부는 것이다.

분당·일산·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도 영향권이다. 당초 이들 신도시는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안전진단 규제 완화와 함께 용적률 완화도 약속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그럼에도 재건축사업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나 분양가 상한제 등 겹겹 규제로 사업성이 깎여나가기 때문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추진위원회 설립 당시 집값과 준공 당시 집값을 비교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 넘게 차익이 발생하면 일부를 재건축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많게는 차익의 절반까지 환수당할 수 있다. 지난 2012~2017년 시행이 유예됐다 2018년 부활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의 경우 지난 2020년 재건축 부담금으로 5965억6844만원을 통보받았다. 미실현 이익에 조합원 1인당 재건축 부담금이 4억원을 넘는다. 이 때문에 조합 해산과 사업 지연까지 감당하며 재건축 부담금을 줄이려는 조합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아파트를 팔아 재건축 부담금을 낼 바엔 재건축을 포기하겠다는 곳도 있다.

분양가 통제도 재건축사업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재건축사업이 순항하다가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보증심사를 통해 ‘후려치기’에 나서면서 분양 일정이 밀리는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행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통제를 전제로 하면 민간이 개발이익을 가져가기는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 와중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택지는 물론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과거 채권입찰제 시행 전의 ‘청약 광풍’을 재연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시장가격을 결정하게 됨으로써 주택공급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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