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평화·번영 바라는 국민 소망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

중국 국가우정국이 임인년 새해를 맞아 발행한 ‘호랑이 우표’ 두 종. /중국신화망

중국 국가우정국(=우정사업본부)이 새해를 맞아 발행한 ‘호랑이 우표’가 중국 네티즌들의 심판대에 올랐다. 10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環球時報)·차이나뉴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5일 임인년을 맞아 발매된 호랑이 우표 2종이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처럼 중국에서도 호랑이는 악을 쫓는 힘과 에너지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우표 속 호랑이로부터 그런 기개를 느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은 용기·평화·번영 같은 새해 소망을 바라는데 해당 우표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에 없던 이 사태를 두고 중국의 국제적 고립에 따른 불만·초조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SNS 발달로 대중들의 의사가 쉽게 표출되는 면이 있으나, 국가적 방향성 못지 않게 ‘강한 중국’을 꿈꾸는 일반 중국인들의 욕망 또한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중국 국가우정국은 1980년부터 새해마다 12간지 가운데 그해에 해당하는 동물 그림을 담아 우표를 발행해 왔다. 기념으로 모으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인기가 있었다. 동물 그림의 우표를 올해 42번째 발매하는 중국우정국은 최근 ‘국윤창융(國運昌隆)’ ‘호운길상(好運吉祥)’이라는 임인년 기념우표 두 종을 내놨다. 호랑이 한 마리가 등을 세우고 산에 올라 먼 곳을 응시하는 표정의 ‘국운창융’은 글자 그대로 국운의 창성·번영이 주제다.

 

그런데 미간을 찌푸린 호랑이가 "우울하고 아파 보인다", "야생의 강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멍청해 보인다"다는 것이다. 암컷 호랑이와 아기 호랑이 두 마리가 나란히 앉아 쉬는 ‘호운길상’은 가정의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아기 호랑이들이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다.

이 호랑이 그림은 중국의 유명한 국가공인 세밀화가 펑다중(馮大中)의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호랑이 그림을 그려왔다는 펑 화백은 이번 우표를 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호랑이 관찰을 위해 동물원 호랑이 우리에 들어갔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일화를 소개한 바 있다. 아울러 "동물도 행복·슬픔을 지닌다", "동물 본성의 영적인 감정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십이간지 호랑이가 갖고 있는 진짜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