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강규형

발레에선 크리스마스이브를 무대로 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 전세계 거의 모든 발레단에서 송년공연을 장식한다. 한국에선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선의의 라이벌로 이 작품을 보여주며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전회에 언급한 빈필 신년음악회는 오스트리아의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1월 1일 정오에 연주된다. 과거에는 TV에서 위성중계로 주로 보았지만, 이제는 메가박스같은 영화관에서 디지털 릴레이 중계로 볼 수 있다. 인터넷으로 쉽게 볼 수도 있다. 빈에 직접 가서 구하기 힘든 티켓을 못 구해도 한국의 영화관과 안방에서 그 분위기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영화관조차도 언제나 만석이다. 십수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이렇게 IT 기술의 발전은 클래식 팬들에게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이 공연이 LP. CD, DVD 등의 매체로 발매되고 판매되니 누구나 쉽게 집에서 즐길 수 있다.

이 공연은 매해 지휘자가 선정되는데 계속 바뀔 수도 있고, 연달아 지휘할 수도 있다. 물론 당대의 유명 지휘자들이 위촉을 받는다. 1939년에 송년음악회로 시작됐고, 1941년부터는 신년음악회로 자리 잡았는데, 처음엔 클레멘스 크라우스의 지휘로 연달아 공연됐다. 그러나 그 이후 본인이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지휘하는 빌리 보스코프스키(Willi Boskovsky)가 인기를 끌었고(무려 25회 최다 지휘 기록), 이 음악회가 세계적 명성을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에는 카를로스 클라이버, 주빈 메타, 로린 마젤, 그리고 얼마 전 빈 필과 내한공연을 한 리카르도 무티가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물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처럼 한 번만 지휘한 지휘자도 많았다. 독자에게 어느 해 공연이건 꼭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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