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방세계의 개입 차단하며 중앙亞에서 영향력 행사 의지
中, 위구르 분리주의 지원 외부세력 늘어날까 예의 주시
美,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아...카자흐 러 편향은 막을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 정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주요 의제는 카자흐스탄 사태의 향후 대응 방안이다. /EPA=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옛 소련권 안보협의체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 정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주요 의제는 카자흐스탄 사태의 향후 대응 방안이다. /EPA=연합

러시아·중국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 카자흐스탄의 유혈 시위 사태에 각국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미국의 관망 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화장 정상회의에서 ‘색깔 혁명’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구 소련 공화국 출신 나라들의 집단안보체인 CSTO의 이번 회의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요청, 푸틴 대통령의 화답으로 성사됐다. 러시아·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6개 회원국이 참석했다.

‘색깔 혁명’은 조지아(2003년 장미혁명)와 우크라이나(2004년 오렌지혁명), 키르기스스탄(2005년 튤립혁명), 아르메니아(2018년 벨벳혁명) 등 구 소련 독립국들에서 기존 정부를 무너뜨린 대규모 시위를 일컫는다. 러시아는 모든 게 미국과 서구의 개입 때문이라고 확언해왔다. 카자흐스탄 사태와 관련해 CSTO의 역할을 자평한 푸틴 대통령은 "외부세력이 우리 내부 문제에 개입하려는 첫 시도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변국들을 "민중 봉기로부터 보호"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속내다. 러시아 주도의 CSTO는 지난 2일 시작된 연료 인상에 항의하는 카자흐스탄의 시위가 4일 대규모 봉기로 번지자 병력 2000여명을 평화유지군으로 파견했다. 강력한 무력 대응에 의해 상황은 안정화를 보이고 있다.

처음부터 테러리스트 등 외부세력에 의한 반란 책동이라는 게 러시아·카자흐스탄의 주장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외국 무장세력을 포함한 테러리스트들이 소요 사태에 참여했다"고 단언했으나, 구체적인 관련 증거를 내놓진 못했다. 푸틴 대통령 역시 절대로 자연발생적 시위가 아니라며, 서방 정보기관이나 이슬람 극단주의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국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통해, 서방 주도의 ‘색깔혁명’과 카자흐스탄에 대한 외부세력의 간섭 및 유입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최대 우려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권위주의 정부가 붕괴될 때 서방 세계의 개입이 증가할 여지다. 역사적 배경도 있다. 1916년 당시 제정 러시아령이던 지금의 카자흐스탄은 반란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1920년 중앙아시아 전역에 ‘바스마치 운동’(러시아 제국·소련에 대한 중앙아시아 투르크 민족들의 반기)이 펼쳐졌다. 독립적인 이슬람 투르크 정부 수립을 꿈꿨으나 모두 진압당했다. 카자흐스탄 민족주의의 부상을 러시아가 유난히 경계해온 이유다.

다수의 투르크계 주민을 가진 중국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국이 불안해지면 신장 위구르 분리주의를 지원하는 외부 세력의 세가 늘어나기 쉽다. 더구나 카자흐스탄은 ‘일대일로’ 주요 참여국이다. 경제적 이해와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중국이 결코 포기할 리 없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가 한 번 다른 국가에 발을 들이면 쉽게 못 나온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고 논평했을 뿐이다. 다만 카자흐스탄이 완전히 러시아 쪽으로 기우는 것은 어떻게든 막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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