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EU의 최종 결정기일이 이달 20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미 EU가 기업결합을 거부키로 결론내렸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연합
현대중공업(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EU의 최종 결정기일이 이달 20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미 EU가 기업결합을 거부키로 결론내렸다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연합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이 끝내 유럽연합(EU)이라는 제방에 막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달 중 EU 경쟁당국이 승인 거부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불승인 결정이 현실화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개선은 물론 국내 조선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2일 AFP 등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를 불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최종 결정기일은 이달 20일이지만 이미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는 내용이다.

조선 등 다국적 기업은 M&A 진행시 주요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유럽은 대형 고객사(선사)가 다수 포진돼 있어 필수적으로 승인이 필요한 지역이다. EU가 기업결합을 거부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유럽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없어 M&A의 의미와 효과가 심각히 퇴색되는 탓이다.

지난 2019년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체결한 본계약도 유럽을 포함한 6개국의 기업결합 심사 완료가 선결 조건이었다. 유럽 불승인은 곧 인수 불발로 직결된다. 현재 양사의 M&A는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을 받았고 EU, 일본, 한국의 승인이 남아 있는 상태다.

EU가 문제 삼는 부분은 고부가 선박의 독점이다. 실제 세계 조선 1위 현대중공업과 2위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등 세계 고부가 선박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공룡 조선사가 탄생한다. 고품질 LNG선 건조가 가능한 조선사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단 2곳으로 줄어든다. 이로 인해 선가 상승 개연성이 커 유럽 선사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앞서 이탈리아의 크루즈선 세계 1위 핀칸티에리와 3위 업체인 프랑스 샹티에 델 아틀란티크의 M&A도 EU에 막혀 3년 만에 백지화된 바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양사의 M&A가 무산돼도 단기적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선업이 ‘슈퍼사이클’ 도래로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상황이나 한국 조선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무리하게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한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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