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규정 무시한 채 관저서 사적으로 음주 파티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방역규정을 무시한 채 여러번 음주 파티를 벌인 게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로이터=연합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방역규정을 무시한 채 여러번 음주 파티를 벌인 게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로이터=연합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방역규정을 무시한 채 여러 번 음주 파티를 벌인 일이 ‘파티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사는 가운데 존슨 총리의 사임 시기만 남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AP 통신은 11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코로나 방역 규칙를 어겼다는 주장에 따라 경찰이 조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봉쇄 중이던 2020년 5월20일, 존슨 총리가 아내와 관저 정원에서 사적으로 음주 파티를 열고 참석한 혐의다. 존슨 총리의 개인 수석비서 마틴 레이널즈는 총리실 직원 100명 이상에게 "각자 마실 술을 들고 오라"며 초청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달엔 2020년 5월15일 관저 테라스에서 측근들과 와인을 마시는 사진이 공개됐다.

당시 야외에서 만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6인, 수백만 국민들이 집에 갇혀 있다시피 하며, 죽어가는 친족을 보러 병원 가는 것조차 금지된 상황이었다. 스카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여론조사업체가 성인 5931명에게 ‘존슨 총리 사임 여부’를 물은 결과 56%가 ‘그렇다’고 답했다. ‘총리직 유지’는 27%, ‘모른다’는 17%였다.

여론조사에서 존슨 총리 사임 의견이 5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집권 보수당 의원들조차 사임을 요구한다. 영국은 2024년까지 총선이 없어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기회가 없으나, 보수당 스스로 지도자를 축출할 수는 있다. "모든 게 사실이라면 사임해야 한다"고 스코틀랜드 보수당 대표 더글러스 로스가 말했고, 보수당 ‘큰손 기부자’ 존 커드웰 역시 "존슨 총리 자신이 해결하거나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긴급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불출석한 존슨 총리을 향해 일제히 사임을 요구했다. 한 민주연합당(DUP) 의원이 코로나19로 외롭게 세상을 뜬 장모를 언급하다 눈물을 쏟는가 하면, 병원 방문 제한 때문에 아들이 태어나는 것을 놓칠 뻔했다는 노동당 의원은 "우리 모두 의료진 보호를 위해 규정을 지킬 때 총리는 파티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유가족 단체가 총리의 사과를 촉구하는 가운데, 온라인상의 비난 또한 거세다. 소셜미디어엔 총리실 파티 당시 저마다 집에 갇혀 겪은 일들이 올라오고 있다. 언론도 파티 당일 사망자 숫자 등을 보도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는 중이다. CNN은 "이미 수습 가능한 시기가 지났다. 재임기간 내내 이번 스캔들에 시달릴 것"이라고 논평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