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가쓰히로
구로다 가쓰히로

문재인 정권에 대해 외국인 기자로서 기억에 남는 것을 써 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언제나 뉴스가 되는데, 특히 일본인 기자로서 잊을 수 없는 것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2018년 8.15 광복절 기념 연설이다. 친일의 역사를 부정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칭송하며 "광복은 결코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라 말했다.

이 말에 놀랐다. 한국의 공식 역사 인식과 달라서다. 교과서에서는 ‘광복은 연합국의 대일전쟁 승리에 의해 초래됐지만, 동시에 우리의 끈기 있는 독립운동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가르쳐 오지 않았는가.

이를 갑자기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로 바꿔버렸다. 객관적 사실을 무시한 역사 왜곡이다. 한국은 일본에 ‘역사를 직시하라’고 앵무새처럼 계속 비난하는데, 이것도 문 정권의 ‘내로남불’인가. 차기 대통령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역사 인식을 가진 사람이길 바란다.

또 2019년 12월 ‘국민과의 대화’에서의 발언도 잊을 수 없다. 안보문제에 관한 질문에 "일본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과 우리의 방파제 역할을 통해 방위비를 절약해 안보를 유지한다."라고 답했다.

이 ‘한국방파제론’은 냉전 시대에 자주 이야기됐다. 자유 진영의 제일선에 있는 한국은 공산주의 세력인 소련·중국·북한의 군사위협과 침략으로부터 일본을 지키는 방파제라 불렸다.

그런데 친북·친중으로 보이는 문 대통령의 입에서 냉전시대의 한국방파제론이 튀어나온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은 도대체 어찌 된 것인가?’라며 일본은 놀랐다. 한국의 방파제가 어디에서 군사적 위협을 막고 있는지, 대통령은 구체적 상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북방의 군사적 위협은 북한과 중국뿐이다.

안보상 방파제론을 인정한다면, 지키는 한국과 그 보호를 받는 일본 사이의 안보관이 일치해야만 한다. 그러나 문 정권에서는 일본을 적대시하는 듯한 반일 정책이 두드러졌다. 한국 방파제론과는 큰 모순이다.

냉전시대 일본에 한반도 적화통일을 경계하는 ‘부산 적기론(赤旗論)’이 있었다. 부산에 적기가 서면 다음은 일본에 적기가 설 것이기에, 이것은 어떻게 서든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방파제론과 비슷하다.

이에 일본은 한국이 공산화되지 않도록 경제지원에 전력을 다했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에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발전을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켰으며 부산에 적기는 서지 않았다.

중국과 북한은 한국침략전쟁에서의 ‘피의 동맹’을 지금도 자랑한다. 한국과 일본은 ‘자유민주주의수호’라는 한일협력의 역사를 세계에 더 자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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