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최영훈

‘멸공(滅共)’ 소신 발언으로 정치권을 흔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11일 다시 정면 돌파했다. 정용진은 하루 전 자신의 멸공 발언이 정치권을 난타하고 신세계 주가마저 급락하자 잠시 흔들렸다. 그런 발언을 "더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11일 오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시 목소리를 냈다.

정용진은 인스타에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추정발사체를 쏘아 올렸다는 기사를 캡처해 ‘○○’이라고 적었다. ‘멸공’ 단어를 쓰는 대신 ‘○○’으로 표기한 거다. 이어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불매운동 이미지도 올렸다. 그 말미에 "업무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붙였다.

이 이미지는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의 ‘노재팬’ 포스터를 모방한 것이다. 용진의 ‘멸공’ 발언이 큰 파장을 부른 이후 온라인에서 급속히 공유되고 있다. 신세계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포스터나 다름없다. 이후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스타벅스 등에서 불매운동에 불을 붙었다.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다."(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 "커피는 동네 커피가 최고"(김용민 의원).

반면 용진 편을 들며 밴댕이 속같은 대깨문과 여당 강경파를 비판하는 여론도 거셌다. 이들은 신세계 그룹과 관련 제품을 더 많이 사고 더 자주 이용하자는 ‘바이콧’으로 맞불을 놨다. "Yes 바이콧 멸공, 갑니다, 삽니다"는 포스터가 반문 커뮤니티에 속속 올라왔다.

"쇼핑은 이마트" "커피는 스타벅스" 등 정용진의 기를 살려 주려는 소비 동참 구호들이 꼬리를 문다. 여당 지지층의 불매에 맞선 야당 지지층의 구매 캠페인에 불이 붙은 거다.

보이콧 vs 바이콧 대전(大戰)이 바야흐로 벌어졌다. 이 전쟁에서의 승자(勝者)는 바이콧이 될 것이다. 왜냐고? 북한이 보이콧을 외면하고 바이콧에 힘을 실어주려고 나흘 만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또 쏘아올렸다. ‘실제로 용진이 인스타에 불매운동 포스터 이미지를 올리자, 6시간 만에 좋아요 4만500개, 댓글 5500개가 붙었다. 댓글 대부분이 정용진을 응원하며 신세계 계열사를 이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정용진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북한이 고맙기만 하다."고 야당 성향의 네티즌들은 입을 모은다.

청와대와 군(軍) 당국은 어쩔 줄 모르고 당혹해한다. 군 당국이 "북 극초음속 미사일 주장은 과장됐다"는 입장을 밝힌 게 7일. 나흘 만에 보란 듯 속도가 마하 6에서 마하10으로 2배 가까이 빨라진 미사일을 쏘아올렸다. 이날 청와대에선 ‘저렇게 쏘아 대는데 우리가 어떡하겠나?’ 같은 자포자기 반응이 나왔다.

북한의 두 번째 도발은 최근 멸공이 이슈로 떠오른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과 함께 ‘극초음속 미사일은 아니다’라는 남측 정부에 대해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저자세로 쩔쩔매면서 대화와 평화를 구걸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만 초래한다. 많은 안보·경제 전문가들이 이런 사태를 가장 우려한다. 정용진의 최근 멸공 발언에 대깨문이나 여당의 강경파를 제외한 국민 대다수가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정용진은 자신의 인스타에 또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다.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가? 사업하면서 얘네(북한) 때문에 외국에서 돈 빌릴 때 이자도 더 줘야 하고 미사일 쏘면 투자도 다 빠져나가는데 당해 봤나?"라고 썼다.

그의 구구절절 옳은 항변에 누가 토를 달 수 있는가? 대깨문이나 종북세력을 빼고 말이다. 글로벌 1위인 삼성전자의 이재용은 재판과 수사 때문에 눈치만 보며 삶은 소대가리처럼 입을 닫는다. 굳이 이재용만 거론할 이유가 없다. 한국 기업인들 절대다수는 정치 발언, 특히 권력이 불편해할 얘긴 꺼내지 않는다. 깡패 같은 대깨문의 벌떼 같은 SNS 비난과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겁이 날 거다. 정치 권력의 주구인 공수처나 검찰,경찰의 보복 수사도 두렵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12일 경총 간담회에서 재계 10위 신세계 그룹을 빼버렸다고 한다.

정권의 ‘멸공’탄압에도 불구하고 야당 성향 지지자들의 신세계 구매 독려 캠페인에 힘입어 신세계 주가도 어제부터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정용진이 회사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멸공’을 말한 그 소신에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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