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체부 장관, 산하 코리안심포니 대표에 성악인 임명 논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대표에 최정숙(53, 메조소프라노)씨가 11일 임명됐다. 임기 3년, 음악적 역량과 경영·소통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다. 전례 없는 ‘성악가 임용’이라 주목된다.
문체부에 따르면 최 신임 대표는 국내에서 성악을 전공, 이탈리아 파르마 국립음악원·프랑스 에콜 노르말 음악원을 거쳐 숙명여대 성악과 겸임교수(2010~2012)를 지냈다. 예술단체 운영이나 오케스트라 관련 직무 경험은 없다. 특이한 점이라면, 황희 문제부 장관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서울 양천) ‘당원과 함께하는 2018 송년 평화콘서트’에 출연한 기록이 황 장관 블로그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1985년 창단)는 2001년 재단법인이 된 이래, 국고보조(70%)와 지체 수입(30%)으로 운영한다. 오는 23일 새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의 취임 연주회가 있을 예정이다. 신임 예술감독과의 소통 능력이 최 대표에겐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문체부 측은 "음악인이라는 부분을 고려했다. 지역문화진흥원 이사로서 적극적인 소통 능력을 보였다는 점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씨가 지역문화진흥원 이사에 선임된 지 불과 2개월 전, 성악가로서의 역량·존재감 역시 ‘제로’라는 게 음악계의 평가다.
"전형적인 정권 말 알박기 인사", "음악 전공자라는 이유로 오케스트라 대표에 메조소프라노를 임명한 건 촌극"이란 표현까지 나온다. "경력과 직무에 연관성이 없다. 음악인이라서 오케스트라 운영을 맡는다면 후보는 수없이 많다." 단적으로, 이전 대표들과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박선희 전 대표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현 금호문화재단)에서 음악영재 발굴을 맡았고, 베를린필하모니·뉴욕필하모니 등의 내한 공연을 주도한 바 있다.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본부장 출신 이원철 전 대표는 서울시립교향악단 경영본부장·안양문예회관·성남문화재단을 역임했다.
문화예술기관이 정치 외풍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실제, 전국의 공연장 대표 중 상당수는 문화 분야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 관계자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여러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이 임기와 무관하게 사직 요구를 받는다. 시립예술단(교향악단·합창단)의 해체·정리해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권 교체 때마다 부적절한 인사, 주 52시간 근로 등이 공공 공연장과 민간단체 및 기획사의 운영난을 초래해 왔다.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또한 문제다. 기업 후원이 줄어 좋은 공연을 기획하기 어려워졌다. 당연히 연주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 청탁금지법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클래식 연주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1957년 생긴 유네스코 ‘국제 콩쿠르 세계연맹’ 공인 대회의 한국인 수상은 약 150회(5년 전 기준), 근년 주요 국제콩쿠르 상위 입상 소식을 더 자주 듣는다. 클래식음악 역시 잘 이해하고 재해석·공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주인이다. 서양에서 왔다는 이유로 ‘남의 것’이라 여길 필요가 없다. 제대로 된 공공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