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이상규

‘빛을 돌이켜 거꾸로 비춘다.’ 저물 무렵의 햇살이 가장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울긋불긋한 황혼 빛의 쇼를 더욱 강렬하게 받쳐주는 게 먹구름 혹은 잿빛 구름이다. 현 정권의 풍경이었으면 좋을 뻔했다. 아름답게 보여야 함에도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 아름다움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요즘 참 이상한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대권 주자들 면면을 들여다보면 "뭐 지나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자잘한 스캔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야당의 대권 경선주자들은 경선 과정에서 살벌하게 물고 뜯고 했지만 민주적 경선 절차와 과정을 거쳐 대권 후보가 결정됐음에도 아직까지 온갖 딴지를 거는 양상이 상대진영의 공세 수위보다 오히려 더 높아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얄미울 정도로 간사하게 치고 빠지며 상처를 입히고 있다.

개인의 삶이 SNS나 유튜브 등 개인매체를 통해 거의 발가벗겨진 수준으로 다 불거져 나온다. 어떤 행동이나 내뱉은 말이 언제 어디서나 기록되어 흔적으로 남게 된다. 여당 대통령 후보의 가족 간 욕설 음성 파일을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 후보의 사생활까지 노출되어 도리어 보고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둑한 구석이 있다. 사생활이니 일정한 부분은 보호 받아야 한다. 지금 시대를 두고 신화가 죽고 신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로 규정한다. 신화가 죽은 사회란 도덕과 윤리를 존중하며 심지어 죽은 사람도 추모하던 시대가 아니라 내 눈앞에 내가 직접 경험한 것만 믿고 살아야 하는 이기주의적인 경험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조선 고지도를 보면 세계가 둥글다는 인식을 반영한 ‘마파 문디(Mappa Mundi, 중세 유럽 세계지도)’는 기독교 우주관에 기반을 하여 제작된 둥근 시계와 같은 모양의 세계지도이다. 동양은 중화를 사해의 중심축으로 인식하고 우리 한반도는 ‘곤여만국전도’(마테오 리치)에서 동쪽에 있다고 인식한 ‘동람도’(동국여지승람 첨부 지도)가 거의 19세기 말까지 계승되었다. 과학주의 실증주의를 토대로 한 지도 제작 기술에서 많이 뒤떨어진 지도가 거의 개화기까지 전해왔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을 자기가 본대로 이해하고 믿으려 한다. 이게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오류들이 인간의 신념화로 굳어지면 수정되지 않고 오작동으로 계속 이어지게 되어 있다. 19세기 말까지 전승된 오류의 신념과 지식의 결과인 ‘동람도’처럼.

최근 ‘대장동 게이트’가 이재명 후보에게 결정적 타격을 주듯이 윤석열 후보의 ‘박근혜 기소’ 역시 마주보듯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에 대한 검증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전체의 도덕적 윤리적 가치가 재조정되는 순기능으로 작동되지 않고, 오히려 편을 나눠 선을 넘어선 인신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또 이런 국면을 호시탐탐 전복의 기회를 노리는 하이에나와 같은 일부 후보 탈락자들의 지지자들이 후보교체론을 불러일으키며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후보 교체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행여 만일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어떤 합당한 절차로도 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선거 과정에서의 선거 관리의 절차에 대한 공정성 유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현 정권도 이젠 저물어가는 황혼에 이르렀다. 3월이면 새로운 정부를 맞이해야 한다. 황혼은 아름다워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반조하는 아름다운 햇살처럼 느껴지지 않고 공정성과 평형성을 잃은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권력의 힘으로 다수의 국민을 속일 수는 있지만 다수의 국민이 무지하고 무력하다고 믿는 순간 절대 권력의 힘은 어둠에 금방 사라질 ‘떨어지는 어두운 빛’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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