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이 만난 사람] '남쪽 대통령이라니' 출간 김영우 前 국회국방위원장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책 '남쪽 대통령이라니'의 저자 김영우(왼쪽) 전 국회 국방위원장이 지난 14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김세원 본사 논설고문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석구 기자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책 '남쪽 대통령이라니'의 저자 김영우(왼쪽) 전 국회 국방위원장이 지난 14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김세원 본사 논설고문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석구 기자

‘문재인-김정은 대북-대남정책 대결서 金 압도적 승리
金, 文 임기 동안 핵무력 완성·극초음속미사일 개발 성공
文, 종전선언 같은 평화이벤트에 매달려 끌려다니기만
이재명 역사관은 소아병적 반미·반일민족주의에 머물러”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을 작심 비판한 책 ‘남쪽 대통령이라니’(북앤피플)가 출간됐다. 20대 국회에서 국방위원장을 지낸 저자 김영우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사이비 이상주의자인 문재인대통령과 철저한 현실주의자인 김정은의 대북, 대남정책을 비교해보면 김의 압도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10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전 의원은 "김정은은 문대통령의 임기 동안 핵 무력을 완성하고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반면, 문대통령은 공동종전선언 같은 평화이벤트에만 매달려 임기내내 북한에 끌려다니기만 했다"고 지적했다.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국방 정책이 나라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서 책을 쓰게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남북대화와 평화, 종전선언을 주장한 정부입니다. 남북 정상회담도 3차례나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김정은은 6차 핵실험(수소폭탄)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5 발사시험을 통해 핵 무력 완성을 선포했습니다. 입만 열면 평화와 종전선언을 주장한 문재인 정부에서 김정은이 그토록 염원하던 핵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굉장한 아이러니 아닙니까? 더구나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을 하면서 각자 동맹국들과 강력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는데, ‘한반도 운전자론’, ‘균형외교’니 하는 외교적인 수사만 늘어놓고 있는 문정부는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괄시받고 국제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한일관계는 수교 이후 최악이고요."

- 제목이 특이한데요?

"책의 제목이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되고 위험한 역사관, 국가관, 통일관을 단적으로 명료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15만 평양 군중 앞에서 자신을 ‘남쪽 대통령’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대한민국도, 한국도 아닌 ‘남쪽’ 대통령이라고 말입니다.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입니다. 한반도가 현실적으로 남북으로 분단돼 있지만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유엔 결의를 담은 것입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북한에서 주장하듯이 아직도 미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지 않은 남쪽 정부가 되는 것입니다. 통일이 되지 않으면 미완의 국가, 반쪽의 국가라는 의식이나 정서로는 정상적인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은 아예 불가능합니다. "

-문재인 정권의 외교안보, 대북정책에서 무엇이 가장 큰 문제입니까?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냉혹한 국제질서에 대한 현실적 접근보다 ‘민족이념’, ‘민족 종교’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익에 입각한 정상적인 외교와 대북관계를 설정하지 못하고 오로지 남북대화, 종전선언, 반일의식에만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민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은 철저하게 외면해왔어요."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근본 원인은?

"한마디로 잘못된 역사의식 때문입니다. 1980년대 대학가에 풍미했던 주체사상, 종속이론 등에 깊이 세례를 받은 운동권 세력이 지금 여권의 핵심세력입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하늘에서 폭탄이 떨어져도 ‘평화’를 외치는 것이 더 정의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고 주사파가 장악했던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종석씨가 문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 실장이었습니다. 대북 송금의 주역인 박지원씨가 국정원장,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미군은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이 문정인 대통령 외교 안보 특보입니다."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방향은 무엇일까요?

"먼저 북한과의 군사력 균형을 회복해야 합니다. 지금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핵을 손에 쥔 북한이 갖고 있습니다. 북한이 맘만 먹으면 한순간에 남북관계는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군사력의 균형을 회복하려면 무엇보다도 동맹의 힘을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절대적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 덕분입니다.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강화하면서 자유주의 우방 국가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둘째, 국방의 능력과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지금 한미연합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군의 사기도 크게 저하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 훈련 재개를 주장하면 여권에서는 ‘지금 전쟁하자는 거냐’라고 날을 세우지만 평소에 훈련이 제대로 돼야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셋째, ‘사이비 민족종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민족 개념은 중요하지만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나면 남북대화와 평화, 종전선언 주장도 국제사회의 조롱거리 밖에 안됩니다.

끝으로 대북정책은 남북통일이 아니라 북한의 ‘정상 국가화’가 목표가 돼야합니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가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통일이 될 수 없을뿐더러 통일이 돼서도 안됩니다. 남북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북한의 인민민주주의가 반반씩 적당히 섞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이재명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평가한다면?

"이재명 후보의 외교정책은 한 마디로 ‘위험한 도박’이라고 봅니다. 이 후보는 성남시장 때도 "대통령이 되면 사드 배치를 철회하겠다"고 말했고 ‘한일 군사보호’협정에 대해서도 ‘매국협정’이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미군을 가리켜 ‘점령군’이라는 말까지 하는 걸 보면 기가 찰 노릇입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는 대대적인 항의퍼포먼스를 하면서 중국발 황사가 몰려오고 중국 꽃게잡이 어선이 떼를 지어 서해 앞바다를 휘젓고 다니는데 경기지사로서, 또 대선 후보로서 중국에 항의 한번 제대로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이재명 후보의 역사관은 소위 ‘소아병적인 반미·반일민족주의’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방위원장 시절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국방위원장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때는 2016년 9월 26일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속한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대립하면서 국정감사를 전면 보이콧했는데 저는 ‘국방의 시계는 단 1분 1초도 멈춰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면서 국방위원회만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단행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그 일로 동료의원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심지어 4시간 동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그결정은 잘한 것 같습니다.

2017년 2월 13일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피살됐고 3월 10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 결정됐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국가 안보가 우려돼서 미국에 가서 국방부 관계자들, 미 의회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 등을 두루 면담하고 안보문제를 의논했습니다. 그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 불출마 선언 이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달렸습니다. 부산유엔묘지, 6.25 전적지, 아산현충사, 세종대왕릉 등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면서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소중함을 깨달았습니다. 또 세계 역사와 우리 역사에 대해 공부해보니 국가도 사람처럼 생로병사가 있더군요."

- 앞으로의 계획은?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정권교체가 잘 되기를 바라고 저도 나름대로 일조하려고 합니다. 공부를 계속 하면서 계기가 되면 자연과 인생을 다룬 좋은 책을 한 권 쓰고 싶습니다. 그때 다시 인터뷰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책 표지의 글자가 눈에 밟혔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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