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손광주

북한은 수령체제다. 수령→노동당→인민대중의 전체주의 체제다. 수령(김정은)의 한마디로 평양 시민 20만 명을 40분 만에 광장에 집결시킬 수 있다. 유사 이래 북한 같은 전체주의도 없다. 노동당 당원들은 당규에 의해 지도·통제된다. 일반 주민들은 김일성사회주의헌법에 따라 통제된다. 그렇다면 당규와 사회주의헌법 위에 존재하면서 당원과 주민들을 하나로 지도·통제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당의 유일사상(영도)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이다. ‘10대원칙’은 수령의 신격화·절대화·무조건성을 법제화한 것이다. 북한의 수령체제는 70년대부터 이 ‘10대원칙’에 의해 보존돼왔다. ‘10대원칙’을 폐기해 버리면 수령체제의 존립 근거도 허물어진다.

북한문제는 다양하다. 여러 가지 복잡한 북한문제들을 놓고 분석할 때 분석의 출발점 같은 ‘원점’(原點)이 있을까? 있다. ‘수령체제 보존’이 그것이다. 북한의 모든 대내외 정책, 전략전술은 1차적으로 수령체제 보존이 목적이다. 수령의 신체를 보존하고, 사상(김일성·김정일주의)과 조직(당·군·국가)을 보존하는 것이다. 수령의 신체 보존과 지시 집행이 1차 동심원, 사상 보존이 2차 동심원, 조직 보존이 3차 동심원이다. 1·2·3차 동심원이 잘 보존되고 있으면, 다음엔 중국·러시아 및 중동 반미(反美)국가들과의 협력관계가 중요하다. 물론 북중관계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 다음이 적대국과의 관계다. 한국·미국·일본이 핵심이다. 적대국가들에 의한 수령체제 1·2·3차 동심원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에 대한 선제적 공격 전략이 중요하다. 1차 공격의 대상은 ‘남조선’이다. 이를 위해 수십 년간 지하당·간첩망을 만들고 수면 위아래 공작을 해왔다. 그 결과 지금 ‘남조선’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반신불수가 된 상태다.

21세기 들어 한반도 정세의 확연한 변화는 ①북한의 핵보유 ②미·중 대립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처럼 우리 국민을 속이며 ‘중재외교’란 이름의 친북친중 정책으로 나갔다. 북한의 핵·미사일은 더 강해졌고 한국은 외교적으로 더 고립됐다.

북한은 새해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등 대남·대미 공격적 전술에 집중하고 있다. 미·중 대립의 국제구조 속에서 최근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카자흐스탄에 파병했다. 제네바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을 쌓기 위해 미국과 담판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러시아·이란(핵협상) 등과 여러 개의 전선을 형성하게 됐다. 북한은 이 틈새를 이용하여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로 김정은의 몸값을 높이며 미국에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사회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인해 북한체제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진단이 있다. 일정 부분 맞는 말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 수령체제 보존을 위한 1·2·3차 동심원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없다. 도리어 불안해진 국제정세 속에서 북한의 대남 공세가 더 강화될 것이다. 오랫동안 공들여온 ‘남조선 인민’들을 북한의 핵·미사일 공포 아래로 몰아넣는 전략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의 대북정책은 북한 수령체제 보존을 위한 1, 2, 3차 동심원을 정확히 겨냥해서 때려야 한다. 이는 대북정책인 동시에 우리의 생존전략이다. 대북정책의 이름은 적절하게 붙이면 되겠지만 핵심은 ‘자유와 인권’이다. 우선 핵공유 등 한미군사동맹을 기초로 북한의 군사도발을 강력히 억지(抑止)하는 상태에서 북한인권정책과 정보자유화로 수령체제의 기초를 허무는 것이다. 북한체제의 최대 강점이자 동시에 최대 약점인 수령체제의 원점을 때리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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