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이애란

해방 이후 북한과 남한은 사회주의 배급제도와 자유시장경제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그 결과 북한은 50년 만에 대량 아사와 주민 45%이상 영양실조라는 지상 최악의 빈국으로 전락했다. 이와 달리 남한은 다이어트 광풍이 불 정도로 풍요한 경제선진국으로 발전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에는 어리석게도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공산·사회주의 배급제도를 숭배하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사회주의 배급제도와 비슷한 체제를 만들겠다고 선동하는 정치인들과 정당의 지지율이 40%를 넘고 있다. 또 생각보다 많은 국민이 사회주의를 선동하는 정치세력에게 넘어가 국가에 의존해서 노예로 살아가는 배급 제도에 열광하고 있다.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자유를 반납하고 말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겪어본 배급제도는 인간의 자유를 박탈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최악의 도구였다. 북한은 배급제도를 통해 주민을 노예로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중반 식량부족으로 배급에 차질이 생겼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식량난이 더 심해졌다. 마침내 미공급 시대가 오고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해도 월급이 나오지 않았다. 배급표는 받았지만 식량배급소에 쌀이 떨어져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그렇게 배급제도는 무너지고 식량난을 겪으면서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주민 45%이상이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그런데 이 배급제도의 붕괴가 아이러니하게 북한주민에겐 일말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아마도 북한에 서슬퍼런 배급제도가 지금까지도 견고하게 작동했다면, 3만명 이상의 탈북자가 대한민국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수백만 명의 북한주민이 중국을 드나들며 자유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는 것 또한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북한 주민은 직장을 이동하거나 거주지를 변경할 때 식량공급정지증명서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식량공급정지증명서 없이는 직장을 옮길 수도 없고 거주지는 더 더욱 옮길 수가 없다. 1990년대까지 북한의 사실상 통제기구는 식량배급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 배급제도가 붕괴되고 생존을 위한 개인장사가 성행했다. 김씨 공산 왕조의 통제기구는 힘을 잃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김정은의 측근들까지도 배급붕괴의 위협을 받고 있다. 김정은의 권력은 내부로부터의 보다 심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배급제도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이 북한주민의 자유를 위한 일보전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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