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조치원-새로 이르는 곳'...충청도 배경으로 '원작' 재해석

한국판 햄릿 연국 ‘조치원’ 포스터. 외국 작품의 재해석도 하나의 ‘창조’다. /연합

한밤 중 울리는 전화, 간암으로 형이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은 만국은 수십 년 만에 고향인 조치원으로 간다. 이제 노인이 되어버린 만국의 이 여정은 가시 박힌 만국의 삶을 회상시킨다. 기차가 점점 조치원에 다다르며, 만국의 고민은 깊어진다. 죽어가는 형에게 복수를 할 것인가, 간 한쪽을 떼어 주고 살릴 것인가.

 

연극 ‘조치원-새로 이르는 곳’은 한국판 햄릿 ‘조치원 해문이’의 프리퀄이다. 프리퀄이란, 컴퓨터 재시동처럼 대중 서사 장르(소설·영화 등)에서 연속성을 버리고 작품의 주요 골격이나 등장인물만 차용해 새로운 시리즈로 시작하는 작품을 말한다. 정체된 채 이미 끝나버린 작품의 이야기에 새로운 감성과 논리를 불어넣어 기존의 팬과 새로운 관객 모두를 끌어들일 수 있다. 흥행 수입의 활로가 되기도 한다.

월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에서 클로디어스는 자신의 형을 죽인 후 형수이자 햄릿의 어머니 거트루드 왕비와 결혼하며 왕좌를 차지한 인물이다. 심지어 조카 햄릿마저 죽이려 하는 악인으로 묘사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햄릿이 숙부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비극을 담아낸 게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다. 충청도를 배경으로 재해석된 ’햄릿’, ‘조치원’은 명칭 그대로 새(조鳥)가 이르는(치致) 곳(원院)이다. 등장인물들이 충청도 말씨를 구사하는 것도 극의 한 재미다. 특히 무대가 극장 한 가운데 기차처럼 길쭉하게 늘어져 있고 관객들이 양쪽에서 관람할 수 있어 현장감을 더욱 높여준다.

연극의 초반부, 조치원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주인공 민국은 기자 출신 시인과 대화하며 과거를 회상한다. 간암에 걸린 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밤기차로 고향 조치원을 향하는 그는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깊은 고민에 빠져든다. 형을 위해 자신의 한쪽 간을 떼어 줄 것인가, 형에게 복수할 것인가.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가 왜 자신의 형을 살해했는가’ 라는 질문이 배우이자 극작가 이철희의 출발점이다. 형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동생의 처연한 현실을 그려냄으로써 관객은 악인으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아픔과 비극적인 결말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원작을 새롭게 재해석한 ‘창의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수 천년 인류문화사에 온전히 새로운 게 드물어진 시대, 연극 ‘조치원’은 21세기 ‘창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의 하나다.

"우리 모두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존재이며 이 진리의 출반은 ‘가정’이라는 메시지를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극작가 이철희의 말이다. 이번 공연은 주인공 민국을 연기한 이대연 배우와 김문식· 곽성은·김승환·최나라·장찬호·정다함·정흥구 등 배우들이 출연한다. 1월 7일 개막, 1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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