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 베탕쿠르가 18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반군에 의해 6년간 인질로 잡혀있던 베탕쿠르는 구출된 후 주로 프랑스에 머물다 지난해 콜롬비아로 돌아왔다. /AP=연합
잉그리드 베탕쿠르가 18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 반군에 의해 6년간 인질로 잡혀있던 베탕쿠르는 구출된 후 주로 프랑스에 머물다 지난해 콜롬비아로 돌아왔다. /AP=연합

"저는 오늘 2002년 많은 분들과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왔습니다." 20년 전 대선 후보 시절 반군에 납치돼 6년간 아마존 정글에 억류됐던 콜롬비아 정치인 잉그리드 베탕쿠르(60)가 18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재출마를 선언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베탕쿠르는 이날 수도 보고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를 찾지 못한 5100만 명의 콜롬비아인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내 이야기는 모든 콜롬비아인의 이야기다. 나와 동료들의 목에 사슬이 감겨 있는 동안 콜롬비아인들은 부패·폭력·불평등의 사슬에 갇혀 있었다." 연설에서 베탕쿠르가 이렇게 호소했다.

베탕쿠르는 2002년 부패와 폭력 척결 등을 내세우며 대선에 출마, 지방 유세 중 옛 최대 반군 세력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됐다. 이후 무려 6년간 아마존 밀림 속에서 FARC의 인질로 지냈으며, 반군은 베탕쿠르가 탈출하지 못하도록 금속 사슬로 나무에 묶어두기도 했다. 그녀는 2008년 7월 군사작전을 통해 다른 인질 14명과 함께 구출됐다. 극적인 피랍 스토리는 전 세계에 널리 방영됐으며, 베탕쿠르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게 만들었다.

장관·외교관을 지낸 아버지와 미인대회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베탕쿠르는 구출 후 프랑스에 주로 머물다 지난해 콜롬비아로 돌아와 대선 준비를 시작했다. 녹색산소당 소속 베탕쿠르가 오는 3월 중도연합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5월 대선 1차 투표에 나서게 된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를 보면 좌파 후보 구스타보 페트로 전 보고타 시장이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한편 콜롬비아에선 지난 17일 괴한의 공격으로 숨을 거둔 10대 환경 지킴이의 장례식이 치뤄졌다. FARC 잔당의 공격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해 14살인 브레이네르 다비드 쿠쿠냐메는 "환경보호의 기수" "지구의 수호자"로 평가받아 왔다. 인권·환경운동가들에게 전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히는 나라가 콜롬비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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