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정청래 ‘봉이 김선달’ 발언에 반발…전국승려대회 예고
정세균까지 나서 108배 올리며 '불심 달래기'…관계 악화 예상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했던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자 했으나, 종단 측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조계사를 찾아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했던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자 했으나, 종단 측으로부터 출입을 거부당했다. /연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불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선후보의 뜻이라며 ‘이핵관’(이재명 핵심 관계자)으로부터 자진 탈당을 권유받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이 후보는 정 의원으로 인한 불교계 반발에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정 의원의 태도로 인해 불교계와의 관계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구역입장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전통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해 불교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 이 후보는 사과의 뜻을 표명했지만 조계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계종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는 오는 21일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핵관’이 정 의원의 탈당을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전날 이와 같은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핵관이 찾아왔다’며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며 "저는 컷오프(공천 배제) 때도 탈당하지 않았다. 내 사전에 탈당과 이혼이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여러 달 동안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참 많이 힘들게 한다"며 "굴하지 않고 버티며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생사 참 힘들다. 이러다 또 잘리겠지요"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당이 저를 버려도 저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 오히려 당을 위해, 대선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 지난 컷오프 때처럼"이라면서 "저는 민주당을 사랑한다. 저는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불교계 반발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정 의원이 대선후보까지 지칭해 탈당에 반발하면서 갈등 봉합이 대선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17일 민주당은 대한불교조계종 지도부를 예방해 정청래 의원의 국정감사장 발언에 대해 거듭 고개를 숙이며 108배를 올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와 이원욱 국회정각회장, 김영배 전통문화 발전 특별위원장, 서영교 특위 위원, 김영진 사무총장, 정청래 의원 등 의원 36명이 서울 중구 조계사를 방문해 108배를 하고, 참회의 뜻을 담은 발원문을 낭독했다. 이후 정 전 총리와 윤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 등과 만나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불교계의 숙원인 오대산 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의 제자리 찾기(환지본처)를 위한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불교계가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경우 적지 않은 악재가 될 것이라고 본 민주당이 서둘러 환지본처를 내놓은 것이다. 이 후보가 지난해 말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를 방문한 것과 환지본처의 일환이었다.

한편 정 의원은 지난해말 두번째 사과문을 올려 "불교계가 억울한 측면이 많았다. 국립공원법에 묶여 (재산권 행사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며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는 국가가 관리하고 유지·보수하고 보존해야 한다. 불교계가 대신 관리해왔으니, 이 점을 정부도 인정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이핵관’ 거론으로 불교계를 향한 사과는 또 한번의 진정성을 시험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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