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연합

일본 정부가 일제시대 조선인 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는 구상을 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사도 광산을 추천하더라도 한국 등의 반발로 인해 내년 열릴 세계유산위원회를 통과할 전망이 없다고 일본 정부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4년 이후 세계유산 등재를 재추진할 방침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심사에서 탈락한 후보가 훗날 세계유산 등록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일본 니가타(新潟)현 사도 섬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江戶)시대(1603∼1868년) 금광으로 유명했으나, 태평양 전쟁 본격화 이후엔 구리·철·아연 등 전쟁 물자를 캐내는 광산으로 활용됐다. 노동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조선인 등 식민지 출신 노동자들이 대거 동원됐다. 처음엔 고수입을 기대한 해외 취업 기회였지만 전시체계의 동원령 때문에 귀국이 불가능해지고 현장에 묶이게 됐다는 게 실제 역사의 전말이다. 한국 역사학계와 일반인들의 ‘강제징용’ 관련 역사 인식엔 일방적인 측면이 강하다. 위안부 문제와 함께 이 역시 정치적 목표가 뚜렷한 주장이며 한일관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주도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때 반대하는 국가가 있으면 심사를 중단하고 대화를 하도록 제도가 개편됐다. 중국이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일본은 강력하게 심사제도 변경을 요청하고 나왔다. 이번엔 한국의 반발로 일본의 유네스코 등재가 막힌 셈이다.

사도 광산의 경우 세계기록유산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 등재이기 때문에 부문이 다르긴 하지만, 일본 측은 ‘이중 잣대’ 논란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반발이 있는 가운데 (사도 광산) 등재를 강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을 수 있다"는 외무성의 분석이 작용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 문화심의회가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할 일본 후보로 사도 광산을 선정한다고 지난달 일본 정부에 통지하자, 한국 외교부는 일본이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철회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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