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김성회

윤석열 후보 부인인 김건희 대표에 대한 신드롬이 일고 있다. 불리는 이름도 다양하다. 걸크러시, 원더 건희, 평건공주와 바보윤달….

김건희 대표의 사적 대화를 MBC가 방영한 후 벌어진 일이다. 방송 직전까지 윤석열 후보 측과 MBC 사이에서는 날 선 공방이 오고 갔다. 법원에 ‘방송금지가처분신청’까지 냈고, 법원에서는 일부만 방송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MBC에서는 녹취록 중 가장 문제가 될 법한 부분만 골라 방영하였다. 조국 사태 수사, 미투와 안희정, 김종인 영입, 열린공감TV 등 김건희 대표 음해 언론에 대한 반응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방송 결과는 MBC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흘렀다. "괜찮네." "시원시원하고 똑똑하네." "걸걸한 목소리가 사업가 스타일이네." 김건희 대표의 녹취록이 방영된 후, 네티즌들의 감상평이 쏟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이튿날부터 김건희 대표의 팬클럽 카페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첫날에 5배가 넘는 1200명을 돌파하더니 다음 날에는 2만 명을 넘었고, 6일 만에 5만3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김건희 녹취록 방영이 가져온 것은 팬클럽 가입자의 증가만이 아니었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평균 5%나 오른 것이다. 선대위 해체 후, 이준석과의 갈등 봉합과 여가부 폐지 등이 2030에게 어필하면서 겨우 만회하던 윤석열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떡 상’시킨 것이다.

윤석열 후보가 낮게 나오는 전화면접 여론조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7~11% 격차로 누르며 42~45%를 기록하고 있다. 김건희 신드롬이 윤석열 지지율 급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MBC는 녹취록 추가 방영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김건희 신드롬은 왜 일어난 것일까? 사적인 대화 녹취록을 방영하며 ‘김건희 리스크’를 극대화하려는 여권의 의도는 왜 무너진 것일까?

그 이유는 한마디로 친여 언론의 왜곡과 거짓말 때문이었다. 친여 유튜브와 언론은 김건희 대표에 대한 온갖 헛소문을 지어내어 공격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유흥주점 접대부 출신, ‘줄리’라는 것이다. 종로 한복판에 ‘줄리’ 벽화까지 그려놓았다.

이런 친여 유튜브의 악성 유언비어에 시달리던 김건희 대표였다. 그런데 정작 녹취록이 방영되고 국민이 ‘자연인 김건희’를 접하는 순간, ‘악성 유언비어’는 헛소문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유럽여행 사진? 얼마든지 공개하라고 해. 그거 패키지로 다녀온 거야. 자기 딸을 유부남에게 팔아넘기려는 엄마가 어디 있겠어?"

시원시원하고 거짓 없는 김건희 대표의 말투에 국민은 "아, 헛소문이었구나. 그럼 그렇지!"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서 몇 년 동안 악성 유언비어에 시달렸을 김건희 대표에게 미안한 연민의식이 생겨난 것이다.

또 하나 국민을 매료시킨 것은 김건희 대표의 ‘날 것’이었다. 김종인에 대해 "잔칫집에 오려고 했던 거지"라며 거침없이 발언하고, "안희정이 불쌍하지, 미투 그런 거 삭막해"라고 하고, "유시민과 민주당이 사태를 키웠어, 조국의 적은 민주당이야"라고 하는 발언에 답답했던 속이 확 풀린 것이다.

국민은 ‘정치적 올바름(PC주의)’만을 추구하는 여의도 문법이나 점잖은 척하며 훈계하려는 ‘꼰대식 어법’에 신물이 나 있는 상태다. 정치인들이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그럴듯한 소리를 지껄인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치적 올바름(PC주의)’과 ‘꼰대식 훈계’가 아닌 김건희 대표의 생생한 정치적 식견이 국민을 매료시킨 것이다. 그렇기에 김건희 신드롬을 살펴보면 우리의 정치가 어디로 가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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