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의 대통령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지난 22일 한국 언론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여러 언론과 각계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의 ‘선제타격’ 망발을 강력히 규탄했다"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언론들은 ‘대북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는 윤석열은 더는 구태 색깔론으로 남북대결을 조장하지 말고 조용히 후보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이 제 살길을 찾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조소(嘲笑)했다"라고 썼다. 윤 후보가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 탑재 극초음속 미사일로 도발할 조짐을 보일 경우, "선제타격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라고 한 발언을 일부 언론이 비판하자, <통일의 메아리>가 이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윤 후보 사퇴’를 종용한 것이다.

북한이 우리 선거에 개입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동신문>은 "반동 보수세력들의 보수 정권 연장 음모를 철저히 짓부숴야 한다."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패거리를 족쳐야 한다"라고 썼다. <노동신문> 등 북한의 모든 선전매체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의 통제와 지시를 받는다. 따라서 북한 매체가 ‘윤 후보 사퇴’를 종용한 것은 북한 정권이 ‘윤 후보 사퇴’를 종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선전매체나 대남부서가 특정 정당 후보의 낙선을 지시하면, 남한 내 종북세력은 수많은 친북시민단체 및 일부 정당들과 연계하여 특정 후보의 낙선을 위해 수면 위아래에서 활동한다. 이것이 북한의 전통적인 선거 개입 방식이다. <노동신문>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1년 전에 ‘박근혜를 탄핵하라’라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이번 3·9 대선에도 북한 정권이 구체적으로 개입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윤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퇴할 생각 없다"라며 "대한민국 국민 최우선"이라고 썼다. 하지만 윤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북한 정권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먼저 화를 내야 한다. 북한 정권이 선거 개입을 못하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성명을 내고 비판해야 사리에 맞는 것이다. 북한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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