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추경 편성이 대출금리와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등 서민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월 추경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잇따른 추경 편성이 대출금리와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등 서민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월 추경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정부는 지난 21일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10번째 추경이다.

1월 추경은 지난 1951년 이후 71년 만이다. 이처럼 ‘유례없는’ 추경 편성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초과세수 기반 방역 추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4조원 가운데 81%인 11조3000억원은 적자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고, 나머지 2조7000억원은 기금에서 끌어 쓰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지난해 초과세수를 활용하고 싶어도 오는 4월의 2021 회계연도 결산 전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랏빚은 1075조원으로 늘어났다. 1100조원을 코앞에 두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추경으로 국채금리가 올라 서민경제의 ‘뇌관’인 대출금리와 물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합재정수지는 4년 연속 10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 한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후폭풍인 셈이다.

정부가 추경의 얼개를 발표한 지난 1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는 3년물 국채금리가 0.091%포인트 올랐고, 그다음 거래일인 17일에는 0.104%포인트 뛰면서 2.148%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18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3년물 국채금리는 2020년 5월 0.88%에 이어 지난해 1월 0.98%를 기록하는 등 1%를 밑돌았다. 지난해 2차 추경을 발표한 7월 1일에도 1.469%로 올해 1차 추경을 의결한 21일의 2.132%보다 0.663%포인트 낮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3번째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11조원 이상의 적자국채 발행이 예고되면서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악재가 현실화된 것이다.

각종 채권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채금리의 상승은 가계대출 등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을 의미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채가 발행되면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 은행 조달비용 증가 → 대출금리 상승을 통해 서민경제의 부담을 키운다. 결국 추경의 지원 대상인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이 늘어난 이자부담으로 훨씬 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6%대 중반, 신용대출 금리는 5%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추경으로 시중에 풀리는 돈은 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 된다. 올해 상반기 3%대 중반 이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금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이전 지출이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규모가 늘어나면 물가에 대한 우려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 이유다.

지난해 10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연속 3%대를 유지하자 정부는 올해 1분기까지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등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은행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시중 유동성 회수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추경을 통해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엇박자다.

최근 정치권의 추경 증액 요구가 이어지면서 대출금리와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추경 규모를 35조원으로 늘리자며 후보간 회동을 제안했고, 국민의힘은 45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 남발은 나라 곳간에도 엄청난 부담이다. 나라의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째 10조원 이상 적자다. 이는 통합재정수지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통합재정수지는 중앙정부의 당해연도 순수입에서 순지출을 차감한 것이다.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을 모두 포괄하되 순수한 재정활동 파악을 위해 회계·기금간 내부 거래나 차입·채무상환 등 보전 거래는 제외하고 작성한다. 올해는 1월부터 편성된 추경으로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70조원에 육박한다. 3월 대선 이후 추가 추경이 편성되면 적자 규모는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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