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메이커'·'국민여러분'·'늦봄' 등 모두 민주화시기 되돌려 보는 영화
우리 현대사 '독재 對 反독재'보다 '대한민국 對 反대한민국' 더 타당

킹메이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킹메이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존경하고사랑하는국민여러분. /네이버포토
존경하고사랑하는국민여러분. /네이버포토
늦봄2020. /블루필름웍스

대선을 앞두고 정치성 농후한 영화들이 여러 편 나온다. 문제는 하나 같이 "독재 정권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던 민주화 시기를 되돌아보는 영화들"이라고 주장하는 작품들 뿐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오로지 ‘독재 對 반독재’ ‘선악 구도’로 보고 있음을 그 홍부문구나 언론 보도의 표현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87체제로 불리는 제도적 민주화 달성 이래 35년, 냉전시대의 정반대 역사관이 우리사회의 주류가 됐다.

‘자유세계 최전선’으로서 탄생·유지된 대한민국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로 단죄하는 시각이 널리 펴져 온 것이다. 최근의 현실을 볼 때, 우리 현대사는 ‘독재-반독재’ 측면보다 대한민국 對 반(反)대한민국의 투쟁사로 평가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근년, 사회주의·공산주의자들을 항일 영웅으로 그리는 영화·드라마들이 대거 흥행했다. 이번에 나오는 영화·다큐멘터리 등은 현대사 해석의 완전한 주도권을 누가 쥐었는지, 나아가 대한민국 정체성의 향방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큰 왜곡이나 과장이 없다면 작품으로서 인정받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나, 이런 영상물들만 주류 취급을 받는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화 시대의 주요 인물도 기려야 하지만, 그게 대한민국 역사의 전부는 아니다.

26일 변성현 감독의 영화 ‘킹메이커’가 개봉된다. 196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국회의원 당선부터, 1970년 신민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를 그렸다. 당시 함께 한 선거 참모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 선거 드라마다. 배우 설경구가 "세상을 바꾸고 싶은 야당 정치인" 김운범을, 이선균이 알려지지 않은 전략가 서창대를 연기한다.

이튿날 27일 개봉하는 김진홍 감독의 다큐멘터리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역시 김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킹메이커’의 하이라이트 장면인 1970년 대선 후보 경선 이후의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정치 신인에서 전두환 신군부 시절 사형수가 되고, 3전 4기 끝에 정권 교체를 이루며 대통령 당선된 1990년대까지를 다룬다.

다음달 10일엔 문익환 목사의 영화 ‘늦봄2020’이 나온다. 유신체제에 맞서 뒤늦게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문 목사는 1918년 만주 용정시에서 태어나 윤동주·송몽규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고, 평양 숭실학교에서 장준하를 만나 친구가 됐다.

문익환은 신학을 강의하고 성서를 번역하는 목사·학자로 살다, 50대 후반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며 ‘늦봄’으로 호를 지었다.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의지할 산이자 위로가 된 인물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현존하는 육성 자료로 문 목사의 목소리를 복원해 그 시대를 전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정 ‘2020년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에 오른 전주MBC의 동명 다큐멘터리를 스크린으로 옮겨 선보인다.

같은 날 개봉하는 ‘나의 촛불’은 배우 김의성과 기자 주진우 공동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2016년 촛불 시위를 되돌아보는 작품으로, 당연히 제작진의 일방적인 관점일 것이다. 당시 시위에 적극 참여했던 시민들조차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현재, 촛불시위 주도 세력의 자기확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한편, MBC 기자 출신 이상호 감독의 다큐멘터리 ‘전투왕’도 다음 달 18일 나온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기자로서 추적해 온 시간을 담았다. 지난해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주인공의 사망으로 공개가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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