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년 남겨두고 조기 사임...총리와 오랜 기간 갈등 빚어

지난 2018년 12월 9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조기 총선에서 아르멘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난 2018년 12월 9일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열린 조기 총선에서 아르멘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아르멘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조기 사임했다. 사르키샨 대통령(69)은 이날 자체 사이트에 올린 성명문을 통해 "오랜 시간 생각한 끝에 4년간의 대통령 직무 수행을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나라와 국민이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지만 외교와 내치의 중대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단이 대통령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르키샨 대통령은 "국가 정상이 전쟁과 평화와 관련한 문제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국민과 국가에 불합리해 보이는 법률들에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다"며, 개헌을 통해 대통령이 합당한 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가 채택되기를 희망했다.

아르메니아는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부터 대통령제를 시행해 왔으나, 사르키샨 대통령이 취임한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의원내각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7년 단임 대통령은 명예직으로 사실상 강등됐다. 헌법 준수를 감시하고 내각 사퇴안을 수리하며, 국제조약을 파기하는 등의 역할을 할 뿐이다.

1990년대 중반 총리를 지내고 지난 2018년 4월 취임한 사르키샨 대통령은 임기 중 니콜 파쉬냔 총리와 대립해왔다. 2020년 오랜 영유권 분쟁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벌어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아르메니아가 패배한 뒤 패전 책임을 두고 군부와 총리가 서로 해임을 요구할 때 군부 편을 들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아르메니아 헌법에 따르면 의회는 대통령 궐위 시점부터 25일~35일 사이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신임 대통령 선출 때까지 의회 의장이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행한다.

한편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지역은 1920년 아르메니아공화국으로 귀속됐다가, 1924년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 지역자치권이 부여됐다. 1992년 러시아군이 아제르바이잔에서 철수한 이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양국 간 간헐적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르메니아는 여전히 원조와 투자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해외 아르메니아인들이 고향으로 보낸 돈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를 포함한 학교·교회 및 기타 기반 시설 건설을 지원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을 통해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구 소련 시대의 지배력을 되찾는 ‘대국의 꿈’을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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