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신자들」의 저자 에릭 호퍼가 '문슬람'을 봤다면
「맹신자들」의 저자 에릭 호퍼가 '문슬람'을 봤다면
  • 이강호
  • 승인 2018.0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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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무슨 무슨 “빠”라는 용어가 일반화됐다. 술집 얘기가 아니다. 어떤 사람을 광적으로 추종하는 자들, 광팬을 지칭하는 말이다. 비속어였는데(물론 아직도 비속어다…) 어느덧 정치적 추종자들에게도 쓰이는 용어가 돼 버렸다. 이런 “빠”들은 자신들이 추종하는 대상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한다. 어린 아이들이 “니편 내편” 하듯이 이들도 편 가르기에 몰두한다. 지성과는 담을 쌓은 행태다. 대중들은 물론 나름 지식과 교양을 자부하는 이들도 때로 그런 행태를 보이곤 한다.

에릭 호퍼의 저서 <맹신자들>

에릭 호퍼라는 ‘철학자’의 <맹신자들>이 그런 “빠” 심리를 이해하는데 참고가 될 만하다.

“추종자들을 끌어들이고 붙들어둘 수 있는 것은 자기발전 욕구를 충족시켜서가 아니라 자기부정 열망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이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애쓸 가치가 있는 자기발전 목표를 찾지 못한다. … 그들은 개인의 이익을 부패하고 사악한 것, 부정하고 불길한 것으로 여긴다.”

<맹신자들>의 한 대목이다. “강인하게 홀로서기보다는 위로를 찾는데 몰두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런 “빠”들이 된다는 얘기다.

문슬람들

“헬조선”이니 “금수저 흙수저” 운운이 이래저래 세간의 유행을 탔다. 당치않은 언설이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니 불평불만을 부채질하기에 그만한 호재도 달리 없었을 터였다.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질시가 정의의 얼굴을 하고 행세를 했다. 선동이 위력을 떨치고 그에 넘어간 이들이 촛불소동에 휩쓸리더니 우르르 문재인에게 표를 던졌다.

유권자는 한번 표를 찍으면 그 선택을 마냥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물며 자조적 감상과 질시의 범벅이었으니 이성은 더욱이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는 무조건 지지다. 문재인이 무엇을 하든, 어떤 가당찮은 짓을 하든 무조건이다. 이름하여 ‘문빠’다. 이 빠돌이들은 또 한 차례 더 진화를 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떼거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우리 이니’를 비판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가릴 것 없이 댓글 융단폭격을 감행한다. 하여 이들 빠는 드디어 더 높은 지칭, ‘슬람’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문슬람’이다.

그런데 어이할 것인가? ‘빠’로 ‘슬람’으로 열과 성을 다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이니’의 행보는 번번이 기대를 빗나가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렸다고 찬양가를 불렀는데 일자리가 사정없이 날아가고 있다. 그러더니 비트코인으로 ‘탈 흙수저’ 기회를 한번 잡아 볼까 했는데 ‘우리 이니’ 정부당국자와 청와대가 주거니 받거니 이랬다저랬다 하는 통에 난장판이 났다. ‘코인’에 목을 걸고 컴퓨터 모니터를 후벼 파듯 들여다보다가 급락에 모니터를 때려 부쉈다나 어쨌다나 하는 얘기들이 난무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놀아났으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이제나 저제나 입만 열면 전매특허 마냥 “서민”을 운운했다. 하지만 그들의 전매특허에 정작 대가를 치르는 건 이번에도 서민이다. 서민을 위해 부동산을 잡겠다고 난리를 쳤지만 오히려 강남은 노무현 시즌2에 또 한 번 희희낙락이다. 되레 지방의 서민들이 집값 폭락에 허덕이고 서울의 서민들은 집을 구하기도 힘들게 됐다. 젊은이들은 더욱이 집구하기를 꿈도 꿀 수 없게 되고 있다. “사람 중심” 경제라더니 정작 서민은 사람대접도 못 받게 되고 있으며, “청년”이 어쩌고저쩌고 했지만 문재인의 “사람 중심 경제”에선 ‘청년“은 자리도 찾기 어렵게 되고 있다.

문재인 찍은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댓글들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등장한다. 허나 이럴 줄 몰랐다 한다면 딱 조삼모사(朝三暮四)다. 먼저 받는다는 몫에 희희낙락하면 나중에 그만한 대가가 있음을 몰랐는데 더 무슨 대접이 있을쏜가? 그래도 ‘우리 이니’ 지지도는 희한하게도 여전히 고공행진이라 하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하여 그 한결같은 지지도에 자신만만한 문재인 대통령 각하는 어제도 오늘도 오불관 적폐 청산에 바쁘시고 이제는 북한과 한바탕 짝짜꿍을 하고자 여념이 없으시다. 수년간 땀을 쏟아왔던 ‘젊은’ 선수들의 노고는 안중에도 없이 “메달권도 안되는데” 운운을 하며 김정은의 선수단에 비위를 맞추려 안달복달이다. 이것이 “한겨레”라는 “우리민족끼리“를 위하는데 합당하다 하니 어이할 것인가? 여하튼 이리하여 자신이 사회적으로 타고난 메달권이 결코 못된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대다수 흙수저들은 한반도 최고의 금수저 김정은을 위해 양보 아닌 양보의 감수를 맛보게 됐다.

호퍼가 문슬람을 봤다면

에릭 호퍼는 정규교육을 받은 바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로 살았으며, 마지막에는 부두노동자로 생을 마쳤다. 말하자면 흙수저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원망한 적이 없다. 오히려 기꺼이 그런 삶을 살아나갔다. 그러면서 틈틈이 책을 읽어 독자적인 사상을 정립한 인물이다. 그의 자서전 제목대로 그는 <길 위의 철학자>였다. 그 에릭 호퍼의 첫 번째 책이 대중운동의 심리를 파헤친 <맹신자들>이다. 호퍼는 종교운동은 물론 공산주의, 나치즘, 파시즘 그리고 민족주의 현상까지 아우르며 대중적 광신 현상을 파헤쳤다.

에릭 호퍼가 오늘 한국의 ‘우리 이니’의 꽁무니를 좇는 문빠 문슬람을 봤다면 어떨 것인가? 자신의 저서 <맹신자들>에 그 이름을 올려 다루지 않을 리가 있을까? 그런데 그러려면 호퍼도 댓글 공세에 꽤 시달릴 각오는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lgh@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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