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한 지역 군수의 사설 감옥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여명이 수감돼 있었고, 이들은 매일 10시간의 무임금 강제노동과 구타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라통신=연합
인도네시아 한 지역 군수의 사설 감옥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20여명이 수감돼 있었고, 이들은 매일 10시간의 무임금 강제노동과 구타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라통신=연합

부패 혐의로 체포된 인도네시아의 한 군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0여명이 갇혀 있는 ‘사설 감옥’이 발견돼 인도네시아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25일 일간 콤파스 등 보도에 따르면 뇌물수수 혐의로 반부패위원회(KPK) 조사관들의 수사를 받던 수마트라섬 메단시 인근 랑캇군(郡) 군수 떼르빗의 자택에 사설 감옥이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떼르빗은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19일 체포돼 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사설 감옥의 모습은 처참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쇠창살로 만들어진 두 개의 방에 사람들이 갇혀 있었고, 수감자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 동안 임금도 없이 군수 소유 팜(palm 야자수)농장 강제노역에 동원됐다." "식사는 하루 두 끼만 제공됐고, 때때로 멍이 들도록 두들겨 맞았다"고 한다. 이들은 매일 팜농장 노동이 끝나면 자물쇠로 잠긴 쇠창살 안에 갇혔으며 외부와 일체 연락을 할 수 없었다.

떼르빗 군수는 마약 중독자들을 재활시킨다는 명목으로 2012년부터 사설 감옥을 만들어 40여명을 수용했다고 자백했다. KPK가 전날 경찰과 공조해 27명을 구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현대판 노예 사건’으로 규정, 인신매매와 감금·인권침해·고문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떼르빗 군수는 랑캇군에 다량의 토지와 메단시에 빌딩·차량 8대·현금 등 총 851억5000만 루피아(71억원) 상당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KPK는 2003년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립됐다. ‘인도네시아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인 셈이다. KPK 위원장은 의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고, 5명 정원의 부패척결위원은 대통령이 추천한 후보 10명을 대상으로 의회 의결을 통해 선출된다. 집권당 총재, 헌법재판소 소장, 하원의장 등 고위층 거물급 인사의 부정부패를 적발하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당내 인사 숙청, 연립정부 세력구도 재편 수단으로 KPK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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